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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M&A]정관 바꿔 '비토권' 박탈,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매각에는 투심위 5/6 동의 필요한데…사원총회 열어 조항 삭제

이은솔 기자공개 2022-01-21 07:44:02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0일 13: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생명보험 매각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시작되면서 과거 칸서스자산운용의 '비토권' 상실 과정이 적법했는지도 다시금 눈길이 쏠린다. 펀드 공동운용사로서 매각 결정권을 갖고 있던 칸서스운용이 반대 의사를 표하자 산업은행은 펀드의 정관을 변경하면서 계약을 강행했다.

사모펀드의 정관 문제는 자본시장법 전문가 사이에서도 첨예한 논쟁이 오가는 주제다. KDB칸서스PEF의 사례는 일종의 '허점'을 이용해 정관의 본래 취지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칸서스운용이 비토권을 상실한 것은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전인 202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은행은 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고, 다른 GP인 칸서스운용은 매각가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었다.

칸서스운용은 공동업무집행사원(CO-GP)으로서 지분 매각에 반대할 수 있는 결정적 권한을 갖고 있었다. 펀드 운용에 관한 사항은 산업은행 측 4명, 칸서스운용 측 2명 총 6명으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정관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항은 6명 중 4명 이상만 동의하면 결정할 수 있지만, 자산 매각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할 때는 6명 중 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했다.

주식매매계약(SPA) 등은 '주요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칸서스운용 측 2명이 반대표를 행사하면 산업은행 측이 모두 찬성해도 최소 동의 인원인 5명을 넘지 못해 체결이 불가능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비토권'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칸서스운용의 반대가 계속되자 산업은행은 정관을 개정해 '비토권'의 근거 조항을 삭제했다. 펀드 출자 지분 기준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정관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정관에서 '주요 사항'에 대한 부분을 삭제하면서 자산 매각이나 SPA 체결도 일반 의사결정과 같이 투심위 6명 중 4명의 동의만 있으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그해 연말 칸서스 측 2명의 반대에도 SPA가 체결됐다.

문제는 이 경우 정관의 본래 목적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펀드의 원래 정관에서 '주요 사항'에 대해 투심위 6명 중 5명 이상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것은 핵심 업무만큼은 공동운용사가 의견 일치를 봐야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관 변경 요건인 '출자자 3/4'은 훨씬 더 느슨한 기준이다. 공동운용사인 칸서스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전체 펀드 지분의 90% 이상을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느슨한 기준으로 더 강한 기준을 무력화할 수 있다면 상위 기준을 굳이 둘 필요가 없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5/6 이상의 동의라는 조항이 의미가 없어져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잘못 만들어진 정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정관은 3/4 동의로 개정하되, 전체 사원의 동의가 필요한 조항은 만장일치를 통해서 개정한다는 등의 부연이 있어야 합리적인 정관"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의 정관 문제는 자본시장법 전문가 사이에서도 첨예한 논쟁이다. 기본적으로는 상법이 바탕이 되지만, 개별 펀드 사원들이 합의를 통해 정관을 정할 수 있다. 펀드의 운영은 GP의 권한이지만 이해상충 등 일부 핵심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LP들의 동의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또 펀드 참여자들은 일반 금융소비자와 달리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규정을 세세하게 정해놓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산업은행의 정관 개정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펀드의 구체적인 상황과 정관을 법정에서 검토해야 한다.

비토권 상실은 칸서스운용이 KDB생명 매각 과정에서 발언권을 잃게 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가처분 신청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실제로 소송전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방식으로 정관을 개정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법 위반과 개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려면 당사자들의 의사가 무엇이었는지를 두고 법원에서 지리멸렬하게 다퉈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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