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채운 포스코케미칼, 북미 지역 진격 앞으로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 1조3512억원…GM과 합쳐 4900억원 투자
김위수 기자공개 2022-03-10 07:30:38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8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는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시장에서 승기를 쥐기 위한 포스코케미칼의 투자가 본격화됐다. 국내는 물론 중국, 미국, 유럽, 동남아 지역까지 거점을 마련해 제품을 세계 곳곳에 공급하고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포부다.우리나라와 중국에 기반을 어느정도 다진 포스코케미칼이 눈을 돌린 지역은 배터리 투자가 가장 활발한 북미 지역이다. 북미 거점을 캐나다로 낙점한 포스코케미칼은 제너럴모터스(GM)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형태로 비용 부담을 낮추고 공급처까지 확보했다.
내년 시작할 1단계 투자에 소요되는 금액이 양사 합쳐 4900억원 수준이라 지난해 유상증자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포스코케미칼의 투자부담은 아직 크지 않다. 다만 포스코케미칼의 배터리 소재 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향후 금액 확대 가능성이 있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8일 GM과 캐나다 퀘벡에 양극재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2023년부터 1단계로 약 4억 달러(약 49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단계적으로 투자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포스코케미칼과 GM은 퀘벡에 부지 매입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거시적인 계획을 세웠을 뿐,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조율 중이라는 것이 포스코케미칼 측의 설명이다. 아직 공장 생산능력이 얼마나 나올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구체적으로 양사가 합작법인에 어떤 비율로 자금을 투입할지도 양측은 공개하지 않았다.
GM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합작법인의 지분은 포스코케미칼이 더 많이 갖는다. 포스코케미칼이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경우 한 회사가 월등히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일은 드문만큼, 양측이 투입하는 금액이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부품 사업자로서 성장 가능성이 큰 북미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1년 46GWh에서 2025년 286GWh로 연평균 58%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이 2025년 7월 발효됨에 따라 북미 사업을 위해 현지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 USMCA에 의거해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자동차 부품의 75% 이상을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GM이 2025년 북미 전기차 시장 1위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사업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M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합작법인(JV) 형태로 배터리 생산에 뛰어든 상황이다. 양사가 세운 JV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지역에 배터리 생산거점을 마련했는데, 향후 연산 120GWh 이상으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원료 및 소재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셈이다. 결국 GM은 포스코케미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공급망 강화에 나설 수 있게 됐다.
3000억~4000억원 수준의 투자는 포스코케미칼에 무리는 아니다. 포스코케미칼은 다양한 투자에 대비해 지난해 초 실시한 유상증자를 통해 1조2735억원을 조달한 상태다. 그 결과 2020년 말 1266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1조3512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포스코케미칼이 미국 양극재 공장 투자만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6000억원을 들여 전남 광양시에 연산 10만톤(t) 규모의 전구체 생산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고, 세종시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을 저팽창 음극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데 1054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잡았다.
여기에 최근 연산 8000톤 규모의 1단계 준공을 마친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의 추가 구축도 남았다. 포스코케미칼은 2023년 11월까지 추가적으로 연산 8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추가해 연 1만6000톤의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 투입되는 총 비용은 2500억원이다. 세부적인 투자계획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1단계 준공이 끝난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의 투자가 집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발표된 미국 투자 금액과 현재 진행 중인 투자 계획을 종합하면 단순 계산으로 1조원이 넘는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맞먹는 규모다.
이외에 포스코케미칼에는 아직 정확한 윤곽을 잡지 않은 유럽 및 동남아시아 지역 거점 구축 계획도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비용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시장 전반에서 물량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커졌다.
투자가 전액 회사 보유 현금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실탄을 채울 수도 있고 추가적인 증자 및 채권 발행, 차입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아직 포스코케미칼의 사업으로는 투자금을 충당하기 어렵다. 지난해 포스코케미칼이 창출한 연간 영업이익은 1217억원이었다. 포스코케미칼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기는 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기에는 무리다.
긍정적인 점은 자본 시장에서 포스코케미칼의 인기가 좋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포스코케미칼이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6배에 가까운 71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이에 포스코케미칼은 당초계획보다 증액한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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