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2일 08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 3세 정기선 사장은 2022년 그룹 지주사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에 동시 선임되면서 친정 체제를 본격화했다. 취임 1년차에는 지주사의 이름을 바꿨다. 취임 2년차인 올해를 앞두고는 아예 기업집단명을 바꿔버렸다.그룹의 정체성이 여전히 중공업, 특히 조선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명 변경은 산업 트렌드가 나아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공업이라는 단어에 담긴 피와 땀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가 읽힌다.
정 사장은 조선업을 들고 2년째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에 참가했다.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스마트선박이나 디지털선박이 화두에 오른 지는 꽤 됐다. 그러나 ‘배는 전자제품’이라고 세계에 눈도장을 찍은 곳은 아직 HD현대그룹 뿐이다. 정 사장은 부정할 수 없는 업계의 트렌드세터다.
그가 산업의 트렌드 전환을 주도하는 사이 그룹 내부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조선업 노사관계의 화해무드다.
HD현대그룹 조선계열사 현대중공업은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그 해 12월 마무리했다. 해를 넘기지 않고 교섭을 끝낸 것은 2015년 이후 7년만이다.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무분규로 교섭을 끝낸 것은 2013년 이후 9년만이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통상임금 소송도 결말을 앞두고 있다. 2012년 노동자 10명이 3만여명의 노동자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 지 11년만이다.
이미 노동자 측은 법원이 마련한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만 조정안의 수용 여부를 법원에 알리면 된다. 그리고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HD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최종 지급금액으로 추산되는 7000억원가량을 충당금으로 실적에 미리 반영해 뒀다. 해묵은 대립이 해소될 준비는 끝나 있는 셈이다.
조선업은 피와 땀의 산업이다. 일선의 노동자들이 직접 땀을 흘리지 않으면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시에 거대한 철제 구조물을 '실수하는 존재'인 인간이 다루는 만큼 아무리 조심해도 피가 흐를 수밖에 없다.
이 피와 땀은 노사관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대다수 조선사 노조는 강경노조로 알려진 금속노조 소속이며 금속노조 안에서도 가장 격렬한 형태로 회사에 각을 세워 왔다. 옛 현대중공업, 지금의 HD현대그룹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때부터 그 선봉에 있었다.
정주영 창업회장 시대의 현대중공업과 오너 2세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시대의 현대중공업은 그랬다. 3세 정기선 사장이 근래 조성된 화해무드를 발판삼아 갈등의 골이 깊은 그룹의 노사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기를, 더 나아가 그러한 전환이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해마다 반복되는 조선사 파업은 회사에 공정 지연에 따른 손실을 안긴다. 노동자들도 지연 공정의 만회와 비용절감을 위한 다중 하청구조로 피해를 본다. 그리고 정 사장은 기업집단명에서 중공업을 떼며 피와 땀의 과거와 결별을 선언했다. 지금이 바로 그가 노사관계의 대립 트렌드를 화합 트렌드로 '리셋'할 적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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