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25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들이 연초부터 지갑을 채우느라 분주하다. 작년 하반기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탓에 한동안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을 떠올려보면 최근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다소 놀라울 정도다.A 건설사는 이달 초 모 증권사와 조 단위 펀드 조성 협약을 체결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A 건설사가 보증하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등의 채권을 해당 증권사가 속한 그룹 계열사가 함께 매입하는 방식이다.
작년 PF 리스크를 둘러싼 각종 소문들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곳인 만큼 이번 투자를 통해 관련 우려를 일차적으로 씻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지난주 '부동산 PF 점검회의'에서 금융사에게 PF 유동성 위험을 막기 위한 지원을 주문하며 A 건설사의 투자협약 사례를 언급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B 건설사는 그룹 지주회사의 힘을 빌려 4년 만기로 4000억원을 차입했다. 지주사가 사모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연 13%의 금리로 B 건설사에 빌려주는 형태다. B 건설사는 매년 이자 비용으로만 130억원을 추가로 지출한다.
해당 건설사는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분양 대기 중인 사업과 추진 중인 개발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PF우발채무 규모를 고려하면 4000억원은 해당 물량 차환에 먼저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일단 급한 불은 꺼야겠단 속내가 보인다.
금융당국도 새해가 밝기 무섭게 각종 지원 정책들을 쏟아내며 부동산 시장의 자금난 해소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3일 '부동산 규제 완화책' 발표를 시작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를 지원하는 안도 내놨다.
그 덕분일까. 연초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대에 형성된 건설사 보증 전단채 금리도 최근 다시 한 자릿수대를 회복하며 안정세를 찾고 있다. 각종 정책과 자구책의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최근 건설사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단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한숨 돌렸다는 눈치다.
꼬였던 자금줄을 나름의 방식대로 풀어가고 있는 건 안도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호미로 막았어야 하는 것을 온갖 가래를 총동원해 막고는 있으나 불과 몇 년 전의 자금 조달 행보와는 분명 온도 차가 있다.
지난 몇 달간 굵직한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줄강등시켰던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건설사들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일단 합격점을 줬다.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으나 건설사들의 과제도 함께 명시했다. '우수한 분양 및 입주실적을 통해 양호한 영업현금흐름 창출을 지속할 것.'
저마다의 상황에 맞게 발급한 처방전이 유효했는지는 자금 조달 직후부터 시장이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건설사들이 고금리와 부동산 수요 위축이라는 악조건을 부디 현명하게 헤처 나가기를 조심스레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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