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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삼성전자 CFO, 비용 절감 대신 '내부 자금' 선택만기 감안한 금리 AA- 회사채 수준…'20조' 수요 대응에 방점

심아란 기자공개 2023-02-20 07:32:15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5일 16: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20조원을 빌린다. 차입에 따른 이자율은 AA- 공모 회사채 수준에서 책정됐다. 민간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정부 수준의 글로벌 신용등급을 보유한 점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을 감수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박학규 사장이 이변없이 '삼성식 재무 관행'을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시장성 조달 과정에서 파생되는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고 내부 자금을 소진하는 전략을 고수한 모습이다.

◇20조 차입, 이자율 4.6%은 고비용일까

삼성전자는 금융기관에서 단기자금은 빌리지만 장기차입에 나선 이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2020년부터 작년 9월 말까지 별도기준 장기차입금에 계상된 금융부채는 리스부채가 전부다. 리스부채를 금융부채로 간주하는 회계기준이 적용되기 이전인 2018년까지는 장기차입금이 줄곧 제로(0)로 유지됐다.

단번에 장기차입금을 20조원으로 늘린 만큼 시장에서는 조달 비용에 주목하고 있다. 만기는 2년6개월, 연 이자율은 4.6%로 책정됐다. 만기일에 맞춰 일시 상환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 경우 삼성전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2조1466억원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상의해 조기에 상환할 가능성도 열어둔 만큼 최종 이자비용은 변동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재무구조상 국내 신용평가사에서 장기신용등급은 최상위 등급(AAA)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라며 "이를 감안하면 금리 4.6%는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AA-(상위 네 번째), 무디스(Moody's)로부터 Aa2(상위 세 번째)의 신용등급을 평정 받고 있다. 특히 무디스 신용등급은 한국 정부와 동일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부담할 이자율 4.6%를 민간채권평가사의 평가금리와 단순 비교하면 A+ 회사채와 가깝다. 나이스피앤아이에 따르면 14일 기준 2.5년물 A+ 등급 민평은 4.8%로 삼성전자 장기차입 이자보다 20bp 높다. A+보다 한 등급 높은 AA-는 4.1%로 50bp 낮은 수준이다.

해당 이자율은 올해 발행된 공모 회사채와 비교하면 AA-급 수준이다. 2.5년물을 발행한 곳이 없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4.6%보다 낮은 금리로 2~3년물 회사채를 찍은 AA-급 발행사는 △SK가스 △호텔신라 △CJ대한통운 △LG이노텍 △롯데제과 등 상당수로 집계된다. 국내 AAA급 발행사 중에서는 지난달 KT가 2·3년물 모두 3.8%대 금리에서 회사채를 찍었다.

◇재무 의사결정은 '일시' 조달 가능성에 방점

삼성전자 재무 정책을 관리하는 경영지원실장 CFO는 일관되게 외부 조달에 나서지 않고 있다. 현재 CFO인 박학규 사장 이전에 최윤호·노희찬·이상훈 등 전임자들 모두 동일한 재무 기조를 유지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회사채를 찍은 시점은 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2004년 만기에 맞춰 현금으로 상환돼 국내 채권 시장에서 유통되는 삼성전자 회사채는 사라졌다.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큰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줄곧 자체 현금을 사용하고 있다. 작년에는 단기차입금도 갚아 나가면서 3분기 말 별도기준 보유 현금이 9조269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 말 18조9194억원과 비교하면 51%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중 이자율을 검토했을 때 4.6% 금리는 적정한 수준"이라며 "20조원이 순차적이 아니라 한번에 필요한 상황이고 외부에서 이 정도 자금을 일시에 조달할 수는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필요 자금을 내부에서 충당하는 관행을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주식 IR과 별도로 크레딧 IR이 필요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수년간 시장성 조달에 나서지 않은 만큼 내부에 해당 업무를 책임질 인력과 시스템이 부재할 개연성이 크다는 평가다.

채권투자 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채권을 발행해 장기적으로 조달 비용을 아낄 게 아니라면 일회성 조달에 시간과 비용을 사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삼성전자는 시장에 자금을 마련하러 나오는 것을 두고 '재무적으로 어려워졌다'는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 자체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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