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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리포트]일본·미국 시장 공략…삼성 파운드리, 국내 팹리스와 동반성장⑩정규동 가온칩스 대표

김혜란 기자공개 2023-03-03 10:49:59

[편집자주]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지만 설계자산(IP)기업과 OSAT(후공정)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IP업체와 협력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고 후공정까지 턴키(일괄수주) 생산을 도맡는 곳이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역량과 규모를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뒷받침해줘야 파운드리 산업도 클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생태계의 현주소와 육성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8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온칩스 정규동 대표(사진)의 사업 목표와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가 안정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게 '칩리스'(Chipless)로서 뒷받침하는 것이다. 나아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해외 고객사 유치를 돕는 징검다리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가온칩스 본사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칩리스 컴퍼니(칩에 대한 소유권 없이 설계만 하는 회사)'로서 팹리스와 경쟁하지 않고 설계도를 빨리 가장 잘 만들어주는 게 가온칩스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국내 팹리스들이 안정적으로 큰 업체가 될 수 있게 돕는다는 게 저희의 일차적 목표"라며 "이를 위해 투자와 인력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파운드리가 발전하기 위해선 해외고객사 유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해외 진출)도 계속 나아갈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가온칩스는 일본 세트(완성품)업체 공략을 위해 지난해 일본 도쿄에 일본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미국 본토에 미국지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일본 세트 업체 공략 의미

디자인하우스에 이제 해외 시장 진출은 필수가 됐다. 삼성 파운드리도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주력으로 하고 이제 4나노 프로모션을 시작한 데다 3나노 양산까지 돌입했다. 해외 시장에서 하이엔드 공정에 집중하는 고객사를 끌어들여야 삼성 파운드리가 외형성장을 이룰 수 있다. 가온칩스가 해외 지사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온칩스는 작년 10월에 일본 지사를 설립했다. 국내에서 일본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디자인하우스로 손꼽을만하다. 정 대표는 "일본은 한국과 분위기가 다르다"며 "팹리스가 별로 없고 대형 세트사가 직접 반도체 설계를 다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대표적인 정보통신(IT) 기업 소니와 캐논, 닌텐도, 도시바, 후지쯔 모두 팹리스에 반도체 칩 설계를 맡기지 않고 직접 한다.

그리고 이들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대만 파운드리 TSMC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여기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정 대표는 "일본 시장에서 비즈니스 뚫기가 만만치 않지만 '탈TSMC'를 노리는 기업들도 많다"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로 TSMC 팹(공장)을 쓰는 것을 리스크 포인트로 보는 기업인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보면 일본과 미국, 대만 간 반도체 동맹은 강화되고 있지만, 기업인들 사이에선 중국의 '하나의 중국' 주장은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칩 생산을 이원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가온칩스는 후지쯔와의 오랜 사업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 반도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디자인하우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유리하다. 현재는 일본 사업의 경우 삼성 파운드리 용역을 맡는 경우가 많으나 앞으로 DSP로서 직접 영업해 일본 세트업체가 삼성 파운드리를 쓰게 유인하는 것이 가온칩스의 중요한 임무로 삼고 있다.

가온칩스는 일본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기회를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유럽도 일본과 비슷하게 작은 팹리스는 별로 없다. 거의 세트 업체가 대상인데 주로 자동차 업체들"이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가온칩스는 특히 크고 작은 팹리스가 많은 미국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의 동반성장 가능하다

정 대표는 인터뷰 내내 팹리스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팹리스가 가려워하는 부분들이 많다"며 "팹리스가 잘하는 부분 외에 나머지를 메꿔주는 게 디자인하우스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삼성 파운드리와 DSP의 협업 체제는 과거보다 더 공고해지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2019년 DSP를 만들면서 고객사와 직거래하기보다 TSMC처럼 디자인하우스에 맡기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고객사가 많아지면 효율적인 관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2019년 이후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자체가 좋아졌다. 과거에는 삼성이 설계자산(IP)도 라이브러리도 다 직접 개발해 내부에 개발팀 인력을 수백명씩 보유했다면 지금은 에코시스템 '세이프(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로 빼놓고 있다"고 말했다.

DSP 역량이 강해지면 삼성도 TSMC처럼 파운드리로서 수율 등 핵심적인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또 삼성이 DSP에 역할과 권한을 더 부여할수록 DSP가 투자를 늘리고 성장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DSP가 해외에서 팹리스나 세트사를 유치해오면 삼성 파운드리의 해외 고객사 기반이 확 넓어지며 동반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삼성전자도 우리가 해외 팹리스를 유치할 때 (고객사들의) 파운드리에 대한 공정 튜닝이나 기술 지원 등에 대한 요구사항 등이 많은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가온칩스 신사옥 전경
삼성 파운드리의 '초격차 기술' 전략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 오면 국내 DSP도 큰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정 대표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TSMC는 50%대, 삼성전자는 17~18%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7나노 이하 미세공정만 놓고 점유율을 다시 따지면 6(TSMC) 대 4(삼성전자) 정도로 격차가 줄어든다. 이는 첨단공정에선 삼성전자가 상당히 경쟁력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기존 핀펫(FinFET)을 넘는 차세대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했다. 삼성은 3나노부터 GAA를 적용했으나 TSMC는 2나노부터 GAA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이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선단 공정에 공격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진행 중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공정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데 (삼성이 먼저 적용한) 차세대 GAA에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GAA 수율이 안정화되면, 충분히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DSP가 해외 시장에서 영업할 때 삼성 파운드리의 최첨단 공정 기술력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엔비디아, 퀄컴 , 애플 등 세계적인 팹리스, 세트사들은 최첨단 공정에 대한 니즈가 높다. 이어 "삼성 파운드리가 성장하려면 DSP도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며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국내 디자인하우스도 분명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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