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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에코프로비엠 조달 선택지에 없는 한가지 '회사채'③은행 대출과 유증에만 의존...대규모 투자금 안정적 조달 위해 '만기·수단 다각화' 필요

양도웅 기자공개 2023-05-04 07:33:28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7일 17: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의 조달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은행 대출이고 다른 하나는 유상증자다. 지난해 3월 김장우 전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재경총괄로 영입한 이후에도 이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 회사 기조가 은행 대출과 유증을 선호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 5개년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도 은행 대출과 재무적투자자(FI) 유치, 합작법인(JV) 설립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FI 유치는 유증 혹은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메자닌의 발행을 말한다. 사실상 은행 대출과 유증을 선호하는 조달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여전히 선택지에 없다.


◇은행 대출 비중 95%...5개년 조달 계획도 '은행 대출' 의존

6957억원의 설비투자금이 부족했던 지난해(잉여현금흐름 -6957억원)에도 에코프로비엠은 은행 대출과 유증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은행 대출로 3942억원을, 보통주식 발행으로 6246억원의 현금을 조달했다.

눈에 띄는 점은 담보대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산업은행에는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총 1475억원 가량을 빌렸다. 수출입은행에는 재고자산을 담보로 800억원을 신규로 빌렸다. 지난해 은행 대출한 자금 중 58%가 담보대출이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뛰어오르자 조달비용 최소화를 위해 담보대출을 단행한 것이다.

반면 회사채 발행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1년 7월 320억원 규모로 발행했던 회사채를 전액 상환하며 회사채 의존도를 줄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전체 차입금에서 은행 대출 비중은 95%로 1년 전과 비교해 10%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 대출 의존도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조달 전략으로 은행 대출과 유증을 선호하는 기조는 지난해 말 발표한 '미래성장 전략'에서도 이어졌다. 에코프로비엠은 전 세계 1위 양극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설비투자에 총 7조원을 투입한다. 은행 대출과 정책자금, 재무적투자자 유치, 합작법인 설립으로 6조3000억원을, 나머지는 자체 현금흐름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정책자금은 공적수출신용기관(ECA)에서 돈을 빌리는 것으로 수출입은행 등이 담당한다. 은행 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무적투자자 유치는 재무적투자자에게 주식이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메자닌을 발행하는 것이다. 유증과 유사하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계획에 없다.

조달 계획에 회사채 발행은 없다. (출처=에코프로그룹 IR 자료)

◇최대주주 지분 51%, 지분 희석 경계 시점...조달처 다각화 필요

이러한 조달 전략은 경쟁사인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과 상반된다. 지난해 말 포스코퓨처엠의 전체 차입금 약 1조3900억원 가운데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은 9567억원이다. 비중으로는 69%에 이른다. 회사채 조달 비중이 5%밖에 되지 않는 에코프로비엠과 상반된다.

현재 에코프로비엠 최대주주인 에코프로의 지분율이 51.67%(특수관계인 포함한 2022년 말 기준)로 압도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50%+1주' 근처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지분 희석을 경계해야 할 때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반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 남은 선택지는 은행 대출뿐으로 조달처 다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에코프로비엠이 회사채 발행 확대를 주저하는 건 낮은 신용등급과 상대적으로 약한 채권시장 네트워크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이스신용평가 기준 장기신용등급은 'BBB+/긍정적'이다. 지난해 발행된 'BBB+' 회사채 금리는 8.73%다. 에코프로비엠이 받은 은행 대출 금리는 2.2~6.7%다. 현재로선 조달 비용 측면에서 은행 대출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조달처 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에코프로비엠의 현 설비투자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7년 이후에도 이차전지 소재 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고 이에 따른 회사의 대규모 설비투자금 확보 과제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더 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느냐의 싸움인 상황에서 은행 대출에만 의존한 자금 조달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에코프로비엠은 1년 내 만기 차입 비중(67%)과 변동금리 차입 비중(72.5%)이 높은 편이다. 만기와 수단 등을 다각화해, 언제든 발생하는 시장 변동 상황에서 유리하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점은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해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이차전지용 양극재 시장 내 양호한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하이니켈계 양극재 시장 내 우수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등급전망 조정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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