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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사명 계승한 정의선 회장, 전동화 투자 '이상무' EV 장기 수요 긍정적 전망

울산=임한솔 기자공개 2023-11-13 18:03:1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는 점점 둔화하는 추세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은 966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 증가율이 61.3%였던 것과 비교해 성장세가 상당히 축소된 상황이다.

국내시장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올해 1~8월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7% 줄어든 6만7654대라고 집계했다. 현대자동차처럼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는 완성차기업들에는 위험 신호다. 이미 몇몇 완성차기업은 전동화에 관한 투자를 중지거나 연기하기도 했다. 시장이 다시 반전할 때까지 웅크리고 있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달랐다.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립하는 데 이어 국내 신공장도 짓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2조원.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차에도 만만찮은 액수다. 정 회장이 이같은 과감한 결단을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전기차는 대세...과감한 투자로 시장 공략

정 회장은 13일 열린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공장 투자 이유에 대해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이 말한 '큰 틀'은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기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국가들은 최근 탄소중립을 목표로 전기차 도입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인구가 많은 아시아권에서도 탄소 저감을 위해 전기차에 대한 지원책을 펴는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 열린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자료=더벨)

결국 현재의 시장 위축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인 수요는 걱정 없다는 게 정 회장을 포함한 현대차그룹 경영진의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의 발언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는 전기차 수요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크게 봤을 때 (전기차가) 대세는 대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이 당장 가동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수요 걱정을 더는 배경이다. 현대차는 2025년 신공장을 완공해 2026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네시스 SUV 등 전기차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식 생산까지 앞으로 2년 넘게 남은 만큼 그 사이 전기차시장 분위기가 반전할 여지가 충분하다.

아직 전기차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적극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1위는 테슬라다. 올해 1~9월 점유율 21.9%를 기록했다. 뒤이어 폭스바겐그룹(13.4%), 스텔란티스그룹(10.7%)이 순위를 차지했고 현대차그룹(10.3%)은 4위에 머무르는 중이다.

◇정주영 회장 자동차산업 사명감...정의선 회장 계승

당장의 손익보다 미래 먹거리를 중요시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가풍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완벽하게 생산하면 그 나라의 기계공업은 항공기든 뭐든 완벽하게 할 수 있다. 좋은 자동차를 싸게 공급하는 것은 인체에 좋은 피를 흐르게 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내가 자동차산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명감 때문이다."

이날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행사장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정 명예회장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실제 목소리는 아니지만 자동차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열정은 실제와 다름없이 느껴졌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정주영 명예회장은 국내 자동차 기술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던 1960년대에 울산공장을 세워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앞장섰다. 1975년 울산공장에서 양산이 시작된 첫 국산 개발 자동차 '포니'는 한국의 산업화 성과를 상징하는 기념비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13일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행사장에서 주요 관계자들과 함께 울산공장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출처=현대차)

이후에도 현대차의 도전은 계속됐다. 1991년 현대차의 최초의 전기차 프로토타입인 '쏘나타(Y2) EV'가 개발됐고 1994년에는 수소연료전기차의 개발이 이뤄졌다. 울산공장 내에 조성된 종합주행시험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차가 등장해 주행능력을 테스트했다. 이같은 첨단기술 개발 노력은 현대차가 21세기 들어 다양한 친환경차로 세계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자양분이 됐다.

정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 회장은 이제 내연기관차의 시대를 넘어 전동화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울산공장을 토대로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는 것은 단지 사업전략의 일환일뿐 아니라 정 명예회장의 사명감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로도 여겨진다.

정 회장은 이날 무대에 올라 "정주영 선대회장께서는 자동차산업이 국민 경제와 대한민국 공업 발전의 초석이 되리라는 굳은 믿음으로, 성능 면에서 세계 제일의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셨다"며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앞으로 50년, 전동화 시대를 향한 또다른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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