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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SDV 전환]'화제의 인물' 송창현 사장, 현대차가 영입한 '진짜' 이유③파격적 입사 이후 빠르게 입지 확대…'무에서 유'를 창조할 '적임자'

조은아 기자공개 2024-02-02 07:38:53

[편집자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을 뜻하는 'SDV'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용어다. 이를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선 건 물론 자동차 개발이나 생산도 SDV에 최적화된 체계로 뜯어고치고 있다. 현대차 역시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만 해도 여러 차례 "늦었다"고 언급하면서 한층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더벨이 현대차의 SDV 전환 로드맵과 진행상항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10: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송창현 현대차 사장은 입사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일단 자동차업계 출신이 아닌데 '사장'으로 입사했다. 현대차그룹에 외부 출신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자동차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을 사장으로 영입한 건 지금까지도 파격으로 꼽힌다.

기존 포티투닷 대표를 계속 겸직할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대기업 임원이 계열사가 아닌 개인회사의 대표를 겸직하는 것 자체가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실이 보여주는 건 하나다. 현대차가 그만큼 영입하고 싶었던 인재였다는 사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SDV(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전환을 위해선 내부 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점 그리고 외부 인력 중에선 송창현 사장이 적임자로 판단됐다는 점이다.

송 사장에 대한 회사의 신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송 사장은 현대차에 입사한 이후 자리가 하나하나 늘어났고 권한 역시 점차 확대됐다. 최근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 조직을 전면 개편한 것 역시 결국 송 사장에게 SDV(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전환과 관련한 전권을 부여한 건 물론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몰아준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는 게 안팎의 시선이다. 판을 깔아줬다는 의미다.

최근의 조직 개편으로 현대차·기아는 과거 오랫동안 굳어져온 내연기관차 중심의 R&D 문법을 완전히 탈피했다. 하드웨어를 개발한 뒤 여기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면 앞으로는 별개로 이뤄진다.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만큼 그간의 R&D 수장들과 완전히 다른 인물이 필요했던 것 역시 필연적이었다.

송 사장은 국내 대표적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평가된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퍼듀대학교 대학원에서 전산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DEC, HP,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네이버 등에서 개발자로 근무했다. 네이버 시절 대표적 성과로는 '파파고'가 꼽힌다.

다만 개발자로서의 능력이 그를 지금의 위치에 데려다놓은 건 아니다. 특히 현대차가 송 사장을 영입한 배경엔 그가 쌓은 경력 외에 개인적 성향 역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송 사장은 단순 개발자를 넘어 여러 대형 조직을 이끈 경험이 있다. 네이버 CTO를 지냈고 네이버랩스 대표 역시 지냈다. 특히 네이버에선 개발자 문화를 정착시킨 것으로도 전해진다.

2008년 네이버에 입사해 다양한 개발 조직을 이끌면서 개발자들이 최대한 자유롭고 즐겁게 개발하면서 동시에 열정적인 개발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개발자 문화에 필요한 요소로 수평·유연성·몰입 등을 제시했는데 실제 송 사장 시절 네이버의 개발자 조직은 다른 회사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현대차가 다소 경직적인 사내 문화를 우려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그의 가치관 등을 높게 평가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송 사장은 현대차에 입사한 뒤 현대차의 문화에 녹아들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마이웨이'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송 사장은 개발자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자는 굉장히 창의적 직업이라는 지론을 지니고 있다.

과거 언론과 인터뷰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금도 현대차 공식석상에서 편한한 차림을 고집한다. 지난해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는 청바지에 후드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2023년 1월 3일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왼쪽부터) 송창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직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이라는 공통의 키워드가 있다. 과거 네이버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송 사장에 대해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경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직이 잦았고 네이버에서 나온 뒤엔 '포티투닷'을 창업했다.

송 사장은 국적이 미국인이다. 학창시절의 상당부분을 외국에서 보냈고 외국에서 근무한 경험도 많다. 직업적 특성까지 더해 개인적 성향이 강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조직 생활을 경험했으며 소통 역시 중시한다.

직접 발로 뛰는 개발자로도 전해진다. 네이버 시절부터 지금까지 개발자 콘퍼런스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개발자도 사람과 직접 만나 그를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애플의 리사(Lisa) 컴퓨터를 보고 애플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품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 나온 애플2부터 시작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애플 제품을 거의 다 보유할 정도로 애플 제품을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교는 기계공학과로 입학했으나 중간에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현대차 내부에서 R&D의 패러다임이 기계공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다.

송 사장의 입지는 1월 열린 국제전자제품바람회(CES) 2024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룹 차원의 수소 전략을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맡아서 발표했고 소프트웨어 전략은 송 사장이 맡아서 발표했다.

송 사장은 지난해 초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도 정의선 회장, 장재훈 사장 등과 함께 무대 위에 오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그룹에 입사한 지 2년도 안 된 송 사장이 무대 위에 올랐다는 건 정 회장의 뜻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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