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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미술 시장도 미국 연준 의장 입을 주목한다"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 "투자로만 접근하면 실패, 심미적 투자가치 파악 중요"

서은내 기자공개 2024-02-13 07:47:14

[편집자주]

미술품 옥션업체에서 경매사는 그 회사를 나타내는 얼굴이다. 미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바로 그 지점에 경매사들이 있다. 경매사는 호가를 리딩하고 작품 가치 끌어올리며 응찰자를 유도하는 일을 한다. 경매사들을 통해 미술 시장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09: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시장의 호황과 불황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금리 같은 매크로 변수다. 2024년 미술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선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입을 쳐다봐야 알 수 있다."

미술시장은 경기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곳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흐름으로 움직인다. 코로나 사태로 폭락했던 주식 시장이 2021년들어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호황을 맞은 때 미술시장도 동일하게 유례없는 호시절을 맞았다. 당시 최고점을 찍은 미술시장은 2022년 하반기부터 내림세를 걷고있다.

경매시장에서 이같은 분위기는 그대로 나타난다. 경매시장은 미술 유통의 1차시장인 상업화랑, 아트페어에서 매매가 일어난 작품이 다시 거래되는, 2차 시장이다. 자산가들은 미술품 구매보단 현금 보유를 택하고 있다. 2년 전까지 신규 유입된 컬렉터들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요즘이다.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지금은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 팔고자 하면 낮은 가격에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만큼 시장에서 좋은 작품을 보기는 어려워진다. 실제로 호황기에 무리하게 미술품에 투자한 컬렉터들 중 근래 들어 손해본 가격으로 다시 작품을 되팔기도 하고 있다.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 겸 마케팅그룹장 이사(사진)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에는 애매한 작품들도 수요가 일어나 덩달아 가격이 오르지만 지금은 매력적인 이미지, 좋은 가격의 작품만 판매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루칩 작가 작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있다. 손 이사는 "주식으로 치면 장기 우량주인 미술품이 좋은 가격에 시장에 나오면 경쟁이 심해지기도 한다"며 "지난 연말 이우환 작가의 <바람과 함께> 작품은 치열한 경합 끝에 판매됐다"고 말했다. 최근 케이옥션에서 거래된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역시 같은 사례다.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상태인 지금은 '좋은 가격'도 중요한 시기다. 시장이 호황일 때에는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형성될 수 밖에 없다. 당시 높은 가격대의 작품을 샀지만 자금 사정이 어려운 개인의 경우 미술품을 팔아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금력이 있는 이라면 기다릴 힘이 있어야 한다.

손 이사는 "미술품은 단순히 재테크로 접근하면 백퍼센트 실패한다"며 "미술 본연의 기능은 애호이며 심미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게 미술투자"라고 말했다. 또 "미술품은 정확한 가격의 잣대가 없다"며 "주식은 한주당 가격이 모두 동일하지만 미술품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시기에 따라, 작품 상태에 따라 가치평가가 모두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미술 시장이 더 견고해지기 위해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가의 폭이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미술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작가의 수는 약 800여명. 그 중 2차 시장에서 유동성을 보유하고 거래되는 작가 숫자는 고작 100명 정도다. 시장이 커질 수 있는 발판은 결국 작가다. 작가 군이 적다보니 경기에 따른 타격도 더 커진다.

최근 미술계 화두로 떠오른 근대미술관 설립도 같은 맥락이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등 20세기 초부터 1950년대까지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을 근대미술로 칭한다. 국내에 근대미술에 집중하는 국공립 미술관은 없는 상태다. 그동안 현대미술에 비해 근대 미술에 대한 조명 작업이 부족했다.

손 이사는 "연구, 아카이빙의 측면에서 근대미술사를 재조명, 재정립하는 움직임을 통해 미술 시장에서도 근대미술품이 거래될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미술관이 설립되면 미술관에서 근대미술 작품을 매입하면서 수요도 생겨나고 어디선가 작품을 소장하던 이들의 공급도 늘어나 시장이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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