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가족이 아닌 사람이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장에 오른다면 대서특필이 된다. 오너 2·3세가 회장에 올라도 많은 의미가 부여될 만큼 회장직의 무게는 남다르다.창업주 이후 회장이 거의 없던 곳이라면 어떨까. 회장 타이틀이 갖는 상징성이 배로 커진다. 심지어 '주인없는 회사'라면? 회장이라는 왕관의 무게는 더없이 무겁다.
유한양행이 그렇다. 오너가 없는 회사.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닌 사회의 것'이라는 창업주의 정신을 기리는 회사에서 회장직을 신설한다고 하니 비난이 쏟아졌다. 회사와 연을 두고 살지 않았던 창업주의 직계손녀가 정기주주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할아버지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짧고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사실 유한양행의 지배구조에서 회장은 또 다른 직급에 불과할 뿐 회사를 장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영자 개인이 지닌 지분이 0.1% 채 되지 않는 이곳에서 회장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이토록 큰 이슈가 된건 유한양행에서 회장이 지니는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유한양행 임직원에게 유일하고 영원한 회장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다. 모든 걸 일구고도 사재까지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떠난 존경받는 기업인. 지금도 회자되는 경영철학까지. 이후 약 30년간 회장이 없었던 곳이니 유일한 박사가 지냈던 회장의 무게감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타이밍도 문제였다. 대표이사는 최대 임기 6년이라는 암묵적 룰이 있었지만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면서 이정희 대표는 대표 임기 후에도 의장으로 이사회에 머물렀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인 유한재단의 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12년간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다 회장직을 만든다니 '셀프 회장'을 통한 장기집권을 꿈꾼다는 둥 여러 말이 나왔다.
정기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사유화 논란은 일단락 됐다. 이 의장은 "회장 할 일 없다"던 말대로 회장에 오르지 않았다. 나아가 후대에도 회장을 통한 장기집권 체제가 나오지 않도록 회장 선임에 제한 조건을 걸었다. 글로벌 도약 과정에서 체제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창업주의 경영철학은 변치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직급 신설이 마무리됐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여전히 유한양행에서 회장이 지니는 무게감은 너무나 커 버겁게 느껴진다. 조욱제 사장은 "고위직급이 많아지면서 회장 직급 신설은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면서도 "(유한양행에서) 회장 선임이 언제 될 수 있을까...가능한 일일까 싶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과연 누가 감히 회장의 왕관을 쓸 수 있을까. 조 사장의 말처럼 유한양행에서 회장을 선임하는 건 결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하다. 어쩌면 직급 신설보다 더 높은 벽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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