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건기식 R&D 스토리]"유한건강생활, 헴프특구 연장·경쟁력 확보 목표"송애리 천연물연구소 팀장 "의료용 대마 산업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서지민 기자공개 2024-03-21 11:15:27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09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초로 의료용 대마(헴프)의 산업화 연구를 허용한 '헴프규제자유특구'의 지정기간 만료가 약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는 헴프 특구 연장 여부와 대마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헴프 시장 개척을 목표로 지난 4년간 35개 기업이 참여해 헴프의 안전성과 성장성 검증에 매진했다. 특히 유한건강생활은 독자 원료 개발, 관련 브랜드 론칭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주목을 받았다. 더벨은 유한건강생활 헴프 특구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송애리 천연물연구소 팀장(사진)을 만나 연구개발 과정과 향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규제 장벽 넘어 CBD 추출·응용법 마련
헴프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대마는 주요 성분에 따라 크게 의료용 대마인 헴프와 대마초라 불리는 마리화나 두 종으로 구분된다. 헴프는 신경 안정과 항염, 진통 효과가 있는 칸나비디올(CBD)을 주성분으로 한다.
2018년 미국이 농업법 개정을 통해 헴프와 마리화나를 명확히 구분하고 헴프를 합법화하면서 헴프산업이 태동했다. 급격하게 커지는 시장에 2020년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천연물에 강점을 지닌 유한건강생활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당시 한국은 대마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송 팀장은 “국내에서 진행된 기초 연구자료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특구에 참여하고 첫 2년은 헴프에서 순수한 CBD를 추출하는 것과 CBD의 안전성과 기능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확보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CBD 추출 기술을 마련한 후의 과제는 상용화를 위한 응용법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다만 1970년대 제정된 국내 마약법은 헴프를 포함한 모든 대마류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있어 실증에 어려움이 크다.
송 팀장은 “실제 제품화를 위한 연구 장비나 실험 기관이 규제자유특구 안에 없어 응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추출한 CBD의 품질 테스트를 위해 해외에 시료를 보내는 것조차 마약류 수출 규제로 인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엔도더마와 CBD 함유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높은 규제의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효과적으로 CBD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마이크로 니들 패치를 고안했다”며 “국내에서 패치 샘플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국내에선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파트너사의 패치 제조 장비를 미국으로 보내 현지 CBD 원료로 시제품을 제작하고 인체자극 테스트를 마쳤다”며 “국내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실험도 법적 제한으로 인해 거쳐야하는 과정이 몇배로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헤브아’는 이러한 규제를 피해 합법적으로 헴프의 유효성분을 알릴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국내에서 활용이 가능한 대마의 성숙한 줄기와 뿌리에서 피부 진정 원료 ‘헤브아렉스’를 독자 개발했다.
헤브아렉스를 주원료로 활용한 헤브아는 토너패드, 세럼, 크림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넓히며 클린뷰티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7조 글로벌 헴프 시장 진출, 규제완화 관건
유한건강생활의 당면 목표는 헴프규제자유특구 연장이다. 송 팀장은 "새로운 헴프 관련 특구를 저정하거나 특구를 연장하는 등 다른 방안이 생기기를 기대한다"며 “연구 기반을 다지고 이제 막 상용화 단계에 있는만큼 여기에서 연구를 끝내기엔 아쉽다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헴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응용법을 고도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시장에 관련 제품을 내놓을 준비를 하기 위해 어떻게 CBD를 인체에 적용할 것인가에 포커싱을 맞췄다. 최근 인벤티지랩과 장기지속형 CBD 주사제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송 팀장은 "헴프 시장 개방에 따라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 관련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데 아직은 정확한 효능과 근거에 기반한 제품보다는 기존 기능성 원료에 CBD 성분만 더한 제품이 많다"며 "이런 시장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헴프 시장은 비교적 최근 태동해 잠재력이 높은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헴프 시장규모는 54억9000만달러(약 7조3000억원)로 추정되며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7.5%씩 성장할 전망이다.
그는 “CBD의 효능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원료를 개발하고 제품화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향후 수출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도록 결과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한건강생활은 미국 대마 연구개발사업자인 KRTL인터내셔널과 국내산 CBD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나 국내 마약법 규제로 인해 실제 ‘K-CBD’ 해외 수출과 제품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송 팀장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국가에서도 헴프 활용이 합법화됐다”며 “세계적 흐름에 따라 헴프와 마리화나를 구분하는 작업과 동시에 의약품, 식품, 화장품 관련 헴프 활용과 수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CBD는 현재 알려진 뇌전증, 알치하이머 등 난치성 질환 치료 효과 외에도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국내 헴프 연구 선도주자로서 CBD로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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