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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과 헤어질 결심]'최씨' 없는 대표체제 강수…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왜의결권자문사 등 글로벌 스탠다드 반영 의지…외부 지분 의결권 확보 관건

임한솔 기자공개 2024-03-27 09:19:45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1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을 최씨 집안이 경영한다는 건 지난 수십년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회사는 1974년 최씨 집안과 장씨 집안의 협력으로 설립됐고 1990년 상장했다.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줄곧 최씨 집안 인물들이 대표이사를 맡아 왔다. 최윤범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전통을 이었다.

그런데 올들어 이변이 발생했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전문경영인들에게 넘겨주고 물러났다. 사내이사인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지만 제련사업 등 실무와는 다소 거리를 둔 모습이다. 최 회장이 최씨 집안의 가업이나 마찬가지인 고려아연 대표이사를 포기하는 데 따른 반대급부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기업 경영을 전문화하는 지배구조 개선을 말미암아 ‘글로벌 표심’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재 최씨 집안과 장씨 집안은 고려아연을 두고 팽팽한 지분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어느 한쪽의 우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 투자자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눈높이에 맞춰 외부의 표를 끌어들이는 일이 중요해졌다.

◇최씨·장씨 다툼 본격화, 장외 표 확보 관건

기업 경영권은 곧 이사회 구성원을 선임할 권리와 같다. 그동안 최씨 집안이 경영을 맡아온 만큼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씨 집안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최 회장과 최 회장의 사촌형 최내현 켐코 회장, 고려아연 전문경영인 등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중이다. 장씨 집안 인물은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뿐이다.

지금까지는 장씨 집안이 이런 형태의 이사회 구성을 편들어 줬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주총회를 전후로 두 집안은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소송전까지 벌일 정도다. 최씨 집안은 그동안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는 게 당연했던 안건들을 놓고 매번 장씨 집안과 표 대결을 벌여야 할 전망이다.

정관 변경, 이사 해임이 포함되는 특별결의(출석 주식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3분의 1 이상 찬성) 안건의 경우 현재 상황에서는 어느 쪽이 제안하든 통과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두 집안 모두 각각 고려아연 지분 약 32%를 보유하고 있어 서로의 특별결의를 무산시키기 충분하다. 최씨 집안은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 우호지분을 들였고 장씨 집안은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25.15%)을 주축으로 결집했다.

결국 이사 선임, 배당, 이사의 보수 결정을 비롯한 보통결의(출석 주식 2분의 1 이상, 발행주식 4분의 1 이상 찬성) 안건이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주총에서 과반의 표를 얻어야 하는 만큼 한쪽의 지분만으로는 승산을 장담하기 어렵다. 두 집안에 해당하지 않는 외부 지분 약 30%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의결권자문사 누구 편 드나…ESG경영 영향 주목

외부 지분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의 권고다. 특히 ISS,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한 주요 의결권자문사들은 기관투자자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블랙록, 스테이트스트리트, 뱅가드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ISS, 글래스루이스의 권고와 맞게 찬성표를 행사하는 비율이 80%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자문사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줬느냐를 두고 영풍과 여론전을 벌였다. 고려아연은 글래스루이스가 배당과 정관 변경 등 고려아연 측 안건에 찬성했다는 것을 내세웠다. 반면 영풍은 ISS가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최씨 집안은 장씨 집안과 첫 표 대결에서 일대일 무승부를 가져갔다. 특별결의가 필요한 정관 변경은 영풍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부결됐지만 보통결의 사항인 배당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민연금(7.49%)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고려아연 편에 섰다.

문제는 표 대결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최 회장 등 최씨 집안 스스로 50%+1주를 확보하는 게 제일 좋지만 자금 문제로 실현시키기 어렵다. 결국 최씨 집안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외부 지분을 끌어와야 하는 셈이다.

고려아연이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등 외부의 시선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회장의 사임은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행동주의 펀드 등의 권고를 이행하는 취지로 이뤄졌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함으로써 ESG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마련됐다. 고려아연은 지난해부터 이사회 내에 보수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대우조선해양 출신 김영규 컴플라이언스 담당을 준법지원인으로 신규 선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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