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대성창투는 지금]20년 이상 베테랑마저 이탈, 영화투자 막 내리나?④'미다스 손' 흥행작만 수십편, 블록체인 투자 성공 이후 관심도 저하 풀이

유정화 기자공개 2024-04-03 08:38:52

[편집자주]

1987년 설립돼 1세대 벤처캐피탈(VC)로 꼽히는 대성창투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GP로 선정됐지만 출자자(LP) 확보에 실패하면서 잇따라 자격을 반납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회사를 오랫동안 이끌어 온 수장이 사의를 표하고, 핵심 인력마저 이탈하면서 후폭풍도 거세다. 그간 대성창투의 '특기'로 꼽혔던 문화 컨텐츠 투자 명가 이미지도 퇴색되고 있다. 대성그룹 오너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VC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퇴색될까 후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더벨은 대성창투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벤처캐피탈(VC) 대성창업투자(이하 대성창투)의 정책금융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 반납 사태는 여러 후폭풍을 낳았다. 그중 하나는 영화 투자다. 특히 그간 대성창투에서 영화 투자 전성기를 이끌어 왔던 대표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떤 영화 투자가 더 축소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대성창투가 향후 영화 투자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대성창투에서 20년 넘게 문화콘텐츠 투자를 이끌어 온 박근진 대표는 GP 반납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박 대표는 업계 대표 벤처캐피탈리스트다. 2002년부터 대성창업투자에서 문화콘텐츠 투자와 경영 전반을 관리했다. 현재 'IBK-대성 위풍당당 강소콘텐츠 코리아 투자조합'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

대성창투에 뼈아픈 또 다른 인력 이탈 사례는 콘텐츠투자그룹을 이끌던 김범석 그룹장이다. 김 그룹장은 지난 1월 더핑크퐁컴퍼니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인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부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김 부대표는 연예기획사 알스컴퍼니를 거친 인물로 2021년부터 올해 1월까지 대성창투 콘텐츠투자그룹 그룹장을 역임했다.

◇손실만 보는 영화 프로젝트펀드, 투자 여력도 없어

최근 대성투자는 과거와 달리 영화 투자에서 저조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눈에 띄는 최근 투자 사례는 '이순신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노량'이다.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만큼 원금 손실이 났을 것으로 보인다. 손익분기점(BEP)인 관객수 720만명에 못 미치는 457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외에 지난해 개봉날짜를 기준으로 대성창투가 프로젝트펀드로 투자한 영화는 △3일의 휴가(2023년 12월·52만명) △보호자(2023년 8월·12만명) △롱디(2023년 5월·4만명) △드림(2023년 4월·112만명) △소울메이트(2023년 3월·23만명) 등이 있다. 이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없었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흥행 여부를 떠나 대성창투의 영화 투자 규모도 크게 줄었다. 벤처조합전자공시 수시 공시에 따르면 대성창투의 지난해 영상으로 구분되는 업종에 대한 투자 건수는 단 1건으로 30억원가량 투자금을 집행했다. 전체 투자금액의 7% 수준이다. 2022년만해도 영상 업종에 10건, 총 50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투자금액의 20% 가량을 차지했다.

대성창투 한 관계자는 "영화 투자는 문화 산업 발전 취지에서 해온 사업"이라면서 "지난해부터 영화 투자를 많이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조합 내 영화 투자 여력도 크지 않다. 현재 대성창업투자가 운용중인 영화 특화 펀드는 '신한은행-대성 문화콘텐츠펀드', '대성굿무비펀드' 등 2개에 그친다.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결성된 펀드로 주목적 투자 대상에 한국 영화가 포함돼 있다. 운용기간이 4년이 넘은 만큼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은 모두 고갈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은행-대성 문화콘텐츠펀드는 70억원 규모로 결성된 펀드다. 대성굿무비펀드는 대성창투가 지난 2018년 2차 모태펀드 정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120억원을 지원받아 170억원 규모로 결성한 펀드다. LP로 영화 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와 투자 전문업체인 '스탠더스'가 각각 20억원씩 출자했다. 대성창투가 10억원을 댔다.



김범석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부대표가 대성창투를 이탈하기 전 대표 펀드매니저를 담당했던 펀드들이다. 현재 대표 펀드매니저는 김민준 수석팀장으로 대체됐다. 김 부대표의 이탈 이후인 올해 1월 12일과 1월 19일 각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게 됐다. 김 팀장이 VC에 근무한 경력은 만 5년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드보이, 극한직업, 명량…과거 대박 포트폴리오 수두룩

대성창투는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하우스다. 투자하는 영화 사업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올드보이부터 괴물, 타짜, 암살, 극한직업, 승리호 등 투자해 흥행한 영화가 수십편에 이른다.

출자 사업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중소기업진흥공단(30억원)과 영화진흥위원회(20억원)가 출자한 총 100억원 규모의 '바이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제1호 투자조합'을 결성해 2009년 흑자 청산하며 처분 수익을 올렸다. 해당 펀드에 담긴 포트폴리오는 올드보이, 웰컴 투 동막골, 말아톤, 괴물, 타짜 등이다. 당시 박근진 대표는 해당 펀드 운용인력으로 참여했다.

대성창투는 2008년 ‘바이넥스트 CT3호 투자조합’을 결성해 드라마 시크릿 가든, 아테나:전쟁의 여신 등에 투자했다. 이어 2011년 200억원의 ‘대성 CT투자조합’, 420억원의 ‘대성 상생 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범죄와의 전쟁’ 등 영화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도 했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IBK기업은행이 공동으로 출자해 조성하는 문화콘텐츠강소펀드의 GP로 선정돼 200억원 규모 ‘IBK-대성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투자조합’을 운용하기도 했다.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200억의 원금 중 125억원을 중간 배분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프로젝트 펀드로 투자한 승리호가 인기를 끌면서 대성창투의 주가가 들썩이기도 했다. 당시 승리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연기됐지만 넷플릭스로 공개된 직후 한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단번에 세계 인기영화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공개 이틀만에 대성창투 주가가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대성창투가 영화 투자를 축소하는 데는 낮은 수익률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영화 티켓 가격을 구입하면 50%는 영화관이, 나머지 50%는 배급사에 영화 대금으로 지급한다. 배급사가 받은 대금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다. BEP를 넘더라도 실제 가져가는 수익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밖에도 블록체인 투자 성공이 '독'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대성창투는 지난 2016년 가상통화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에 투자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비트코인이 호황이던 2021년 관련주로 꼽히며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대성창투는 지난 2017년 블록체인 기업 블로코에 시리즈A 브릿지 라운드에 참여해 투자한 뒤 2018년 시리즈B에 팔로우온(후속 투자)하기도 했다. 이어 2018년에는 블록체인 '애드포스인사이트'에 투자하기도 했다. 회수 성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VC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으로 상당한 수익을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대성창투 오너일가가 수익성이 낮은 영화에 대한 관심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블록체인 이후 투자 트렌드를 이끌었던 메타버스에 투자를 늘린 것이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성창투는 영화 투자 보다 메타버스를 주목적으로 하는 펀드 결성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스마트 CJ-대성 메타버스 투자조합'과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 연이어 2개 펀드의 펀드를 조성했다. 투자 대상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현하는 주요 기반기술 관련 중소·벤처기업인 만큼 영화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