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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을 움직이는 사람들]'현장 DNA' 이규호, 미래 신사업 '진두지휘'①부회장 승진 5개월 만에 이사회 장악…숙제는 '수익성 회복'

박완준 기자공개 2024-04-08 09:33:06

[편집자주]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승진 5개월 만에 4개 계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몇 년째 공석인 회장 자리까지 단 한걸음 남았다. 다만 지난해 코오롱그룹은 줄곧 '효자노릇'을 해오던 소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쓴맛을 봤다. 코오롱글로벌도 마찬가지다. 건설경기 둔화로 영업이익은 10분의 1토막이 났다. 코오롱그룹은 지금껏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익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코오롱그룹의 승부수는 새 리더십이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올해 코오롱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기심 많고, 도전적인 사업가 체질'

최근 코오롱그룹 오너 일가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규호 부회장을 내부에서 보는 시선이다. 그룹 내에서 불모지로 꼽히던 모빌리티 사업을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며 개척한 경험이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그는 이원만 전 회장→이동찬 전 명예회장→이웅열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오너 4세' 경영인에 해당된다.

이 부회장은 현장을 방문해 문제를 짚어본 후 궁금한 부분은 직접 해결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코오롱의 경영수업 원칙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많은 현장에서 10년간 쌓아온 경험은 이 부회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이때 키운 순발력이 최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신사업 발굴과 성과 창출 등의 경영 능력을 키워주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를 포함한 그룹 주요 관계사 4곳의 사내이사를 맡은 그가 그려 나갈 코오롱의 미래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경영전면 나선 코오롱그룹 '장남', 미래 청사진 그린다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그룹을 창업한 이원만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84년 8월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 부회장은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코오롱 경영수업 원칙에 따른 행보였다. 이 부회장은 구미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사원 숙소 생활과 대중교통으로 통근할 만큼 평직원과 격의 없이 지냈다. 검소함은 아버지인 이 명예회장이 강조한 덕목이기도 했다. 그가 임원으로 진급하기 전까지 소형차를 타고 다닌 일화는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그룹 내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2015년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로 승진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섰다. 31세의 나이로 국내 100대 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 최고운영책임자 전무, 2020년 11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규호 부회장(왼쪽)이 지난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출범식에 참석해 사기를 흔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글로벌 내 자동차 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인 코오롱모빌리티를 지난해 출범시키면서 계열사 첫 수장 자리를 맡았다. 평소 모빌리티 분야에 관심이 커 투자에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그는 1호 신사업으로 스웨덴의 럭셔리 전기 바이크를 국내에 유통하는 사업을 택했다. 미래 이동 수단이 퍼스털모빌리티(PM)로 확장될 것이라는 이 부회장의 확신이 드러난 부분이다.

이 부회장이 택한 다음 목표는 그룹 총괄로서 경영능력 입증이다. 앞서 이 명예회장이 2018년 퇴진하면서, 장남 승계에 대해 "능력을 인정받아야 CEO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부회장의 코오롱 보유 지분은 전혀 없다.

이 부회장은 올해부터 경영 일선에 본격 나선다. 앞서 그는 2022년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인 작년 11월 부회장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코오롱그룹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코오롱모빌리티를 포함해 총 4곳의 사내이사를 맡게 돼 책임경영 범위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됐다.

◇4개 계열사 사내이사까지 '종횡무진'…숙제는 '수익성 확보'

문제는 실적이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코오롱그룹 경영 전반을 맡은 시점에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초기부터 그룹 전반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리더십을 입증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과 고금리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영업이익 15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5.1% 감소했다. 코오롱글로벌도 건설 경기 둔화 탓에 1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92.3% 줄어들었다.

지주사인 코오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오롱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조8895억원, 영업이익 10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4.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6.6% 감소했다.

이 부회장 체제의 코오롱그룹은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고부가가치 소재와 친환경, 수소를 키우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생산설비 증설을 완료, 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아라미드는 슈퍼섬유라고 불리며 같은 무게 강철 대비 강도가 5배 이상 높다.

수소 사업도 진두지휘한다. 코오롱그룹은 바이오 그린수소 생산 기술 등 수소산업의 핵심 기술력을 강화해 2030년까지 해당 사업 분야에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계열사 사장으로 승진한 뒤 1년여 만에 지주사 전략 부문 부회장으로 올라선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수익성이 악화한 현시점이 오히려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입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부터 승계 기반 마련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는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코오롱 지분 49.74%, 코오롱제약 14.13%, 코오롱이앤씨 9.79%, 코오롱인더스트리 1.19%, 코오롱글로벌 0.38%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현금 보유량은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그간 수익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 시절에도 연봉 5억원 미만에 속해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보유한 주식이 없어 배당수익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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