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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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금융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부전자전' 은둔의 원칙주의자 원종석 부회장②신영맨 코스 차근차근 밟아 부회장 승진…일관된 경영 철학 곳곳에 뿌리

정유현 기자공개 2019-12-05 13:00:00

[편집자주]

신영금융그룹은 신영증권이 중심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2016년 환갑을 넘긴 한국 증시와 함께 성장한 3대 장수 증권사 중 하나다. 무리한 사세 확장보다는 보수적 성장을 추구했고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장점을 결합시켜 내실있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안정 속에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신영금융그룹은 최근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까지 획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즉근영(信則根榮)' 철학아래 신영금융그룹의 조용한 성장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07:0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전자전(父傳子傳)'. 원종석 부회장(사진)을 바라보는 업계의 평가다. 뚜렷한 경영철학으로 장기 흑자를 지속한 원국희 회장의 바통을 받아 일관된 기업가 정신으로 회사를 꾸리고 있는 원 부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인 셈이다.
원종석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고 종종 자전거를 타고 논현동 자택에서 여의도 회사까지 출퇴근할 정도로 활동적이지만 경영 업무 외에는 본인을 드러내지 않는다.

언론에도 거의 노출되지 않아 '은둔형 경영자'로 불린다. 외부 노출을 자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가치 창출을 원칙으로 경영 활동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외의 활동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아무 노력 없이 부를 얻거나 갑작스럽게 회사를 물려 받는 여타 재계 오너 2세들과 달리 대학을 졸업한 후 입사해 정통 신영맨 코스를 밟아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직원들도 원 부회장을 단순하게 금수저 오너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을만한 커리어를 갖췄다고 입을 모은다. '왕관을 쓴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원 부회장은 신영금융그룹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알고 있으며 무거운 왕관을 쓸만한 가치있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 신영맨 코스 밟아 부회장 자리…'자산관리' 명가로 우뚝

내부 직원들이 원 부회장을 높이 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전공분야다. 원국희 회장은 서울대 상과대학 출신으로 경제 분야를 전공한 인물이지만 원 부회장은 중앙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소위 '이과생' 이다. 전공과 다른 분야인 증권사에 입사해서 업무를 익히며 업을 이해한 것도 높이 평가 받을 만한데 경영 감각까지 갖춰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어 시쳇말로 '사기캐(사기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1988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원 부회장은 2005년 5월 대표이사에 오르기전까지 국제부, 기획조정실, 조사부, 지점까지 두루 거쳤다. 일반 사원들과 동일한 승진 시기를 거치면서 오너가 특혜성 인사에 대한 논란도 없었다. 원 부회장이 인재 선택에 있어 다양한 분야에 배치해 검증을 하는 것도 본인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원 부회장은 2006년 단독 대표에 오르며 보수적인 색채를 벗고 젊은 감각을 더하며 주목을 받았다. 2007년경에는 주주총회에서 파워포인트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당시만해도 국내 기업 주총장에서는 한자가 가득한 자료집을 배포하거나 사회자가 회사 상황을 구술하며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버크셔 해서웨이처럼 주주총회를 즐거운 행사로 만들어보자는 원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한 변화였다. 창구 여직원으로 입사한 직원을 지점장으로 발탁하기도 했고 여성 직원들 중심의 카페형 영업점을 개설하는 등 '보수와 신중'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잔잔한 변화를 통해 이미지를 바꿔나갔다.

무엇보다 고객과 장기적 신뢰관계에 초점을 맞춘 영업을 중시한다. 신영증권이 '자산관리의 명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오너의 경영 성향이 밑바탕이 됐다. 2002년 원국희 회장이 주식위탁매매 방식의 무리한 약정 경쟁이 고객과 회사에 모두 해가 된다는 판단하에 영업을 자산관리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신영증권은 단기보다 장기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단행했고 이같은 기조를 원 부회장이 확장했다.

원 부회장은 자산관리영업 도입 10주년이었던 2012년 고액 자산가에 특화한 'APEX패밀리 오피스'를 출범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APEX패밀리 오피스를 출범시키기 위해 약 5년 가량 원 부회장은 매년 한 두 번씩 해외 패밀리오피스를 방문해 모범 사례를 연구하며 고민했고 신영의 이름을 내건 성공 모델을 만들어 세상에 선보였다. 신영증권의 패밀리오피스는 고액 자산가 비즈니스의 교과서가 됐고 많은 업체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고객들도 일관된 투자 철학을 믿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맡기며 신영증권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 일관된 가치 주의자…곳곳에 묻어나는 오너의 철학

원 부회장의 '장기·가치·고객우선' 키워드는 신영금융그룹 곳곳에 묻어난다. 신영자산운용의 마라톤 펀드의 탄생도 원 부회장의 노고가 담겨있다. 신영증권의 장기 가치 투자의 철학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해외 운용사들을 탐방하면서 공부했다. 꾸준한 페이스로 장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가치투자 방식과 '마라톤'이 부합하다는 판단하에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등과 함께 펀드명을 지었다. 오버 페이스 하지 않고, 꾸준하게 오래 동안 안정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작명이다.

신영증권은 주주친화정책으로도 유명하다. 배당정책과 자사주매입에 있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원 부회장은 주가가 떨어질 때나 돈이 생기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전해진다. 신영증권의 배당성향은 30%를 상회한다. 배당을 하는 기업은 좋은 재무상태를 유지해 경제적 체력이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원 부회장은 배당액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정기적으로 배당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신영증권은 고객의 수익률 제고 뿐 아니라 주주에게 배당을 하면서 건실한 기업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된 결과 신영자산운용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배당주펀드 운용사로 거듭났다. 배당주펀드는 원국희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결과지만 이 철학을 원 부회장이 이어가고 있다.
신영증권 사옥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신영증권 신사옥 모습

33년만에 리모델링을 하며 '한국의 츠타야'라고 불리는 신영증권 건물에도 나름의 원칙이 담겨있다. 삭막한 여의도에 금융과 문화, 외식까지 아우르는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면서 신영증권의 가치가 묻어날 수 있도록 공을 들인 것도 원 부회장의 의지였다. 같이 건물을 나눠쓰던 대신증권이 이전하면서 남은 공간을 단순하게 리모델링 할 수도 있었지만 신축에 준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은 TF를 꾸려 도쿄의 랜드마크가 된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직접 방문하는 등 벤치마킹에 공을 들였다. 현재 1층에 반디앤루니스가 입점했고 지하 1층의 F&B 브랜드 및 안경, 자전거 등의 매장 등이 입점했다. 입점한 브랜드도 모두 TF가 직접 입점 제의를 할 만큼 스토리가 있다. 비싸더라도 장기적으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제품, 아무데서나 쉽게 만나지 못하는 식당 등을 입점시키고자 했다.

반디앤루니스가 입점한 것도 온라인 보다 오프라인 매장에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영증권이 고객 대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듯이, 책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반디앤루니스가 상대적으로 온라인 보다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이 중요한 브랜드였던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 부회장은 예술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이에 신영증권 고객 대상 행사들은 결이 다르다. 201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신영컬처클래스는 원 부회장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후문이다. 음악, 발레뿐 아니라 미술, 현대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고객들에게 전하고 소개해주고 있다. 신영증권 신사옥 1층에도 클래식 공연 전용관이 있다. 음향학 박사가 설계에 참여했으며 스타인웨이 앤 선스 피아노, 메이어사의 서라운드 스피커 등이 설치돼 있다.

오피스빌딩만 즐비한 여의도에 복합문화 공간이 들어서면서 주변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신영증권 리모델링 후 점심에 서점에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는 등 여의도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며 "TF가 리모델링 당시 신영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데 고생을 했다고 전해지지만 오너의 확실한 철학과 원칙이 사옥에 담기며 또 한번 신영증권이라는 브랜드의 철학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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