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과 자동차는 오랜 기간 '철옹성' 신용도를 고수해온 산업이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은 산업 특유의 현금창출력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자랑해 왔고 현대자동차는 순수 민간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AAA' 등급을 따냈다. 하지만 올들어 이들 초우량 기업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씩 떨어지는 우울한 뉴스가 이어졌다.단초는 시대 변화다. 온라인 채널의 공세로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전통 유통 산업은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친환경차의 득세와 자율주행차, 공유차량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시작되는 격변의 시기다. 새로운 표준이 정립되는 '뉴노멀'의 코너로 국내 초우량 기업이 내몰리고 있다.
그 누가 국내 대표 기업에 혁신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섣붙리 지적할 수 있을까. 최고의 인재가 모여 하루하루 생업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글로벌 무대의 곳곳에서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는데 훈수두기식 발언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그보다는 이들 대표 주자가 혁신에 전념할 여건이 마련돼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달 초 구글의 40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경영자 지위에서 물러났다. 검색 엔진에서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진화하는 구글은 혁신의 상징이다. 혁신을 위한 창업주의 자발적 퇴진과 과감한 세대 교체의 배경엔 차등의결권이 자리잡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회사 장악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경영권 걱정을 접는 대신 혁신에만 전념할 수 있는 셈이다. 당장 승계 플랜에 골치가 아픈 국내 대기업의 속내와 상반된 모습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이슈는 혁신을 대하는 정부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법 개정안은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생존권을 앞세운 택시업계의 반발을 감안하면 쉽게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무거운 주제다. 다만 혁신을 이뤄낸 기업가정신의 대가가 기존 생태계의 파괴자라는 오명인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무언가 창조적 시도에 나서다가 괜히 된서리를 맞을까 몸을 사리게 된다.
국내 초우량 기업은 한국 경제의 전반을 지탱해 왔다. 유통과 자동차는 물론 모든 산업이 시대마다 뉴노멀의 도전에 직면한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스스로의 책임이지만 적어도 혁신을 감행할 토양 자체는 갖춰져 있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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