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LG화학, 성과 낸 정호영식 레버리징 지속될까차입전략 '뱅크론→회사채' 변화…신용등급 추이·배터리사 분사 향후 관건
박기수 기자공개 2020-02-14 09:20:33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재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전기차 배터리 산업군이 꼽힌다. 국내 선두 주자인 LG화학은 밀려드는 수주에 생산 능력을 확보하려 대규모 자금 보따리를 풀고 있다. 재무구조가 건전하기로 유명했던 LG화학도 벌써 차입금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시선은 LG화학의 차입 전략으로 쏠린다.LG화학은 2004년에 한 번, 2016년에 한 번, 그리고 지난해 한 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각 CFO가 취했던 자금 조달 전략의 특징도 업계의 관심사다.
◇뱅크론에서 바뀐 자금 조달 전략은
시장에서 일컫는 '차입금'은 통상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돈(Bank loan)과 회사에서 찍어내는 회사채를 포함한 금액을 일컫는다.
LG화학은 2016년 이전까지 금융기관에서 주로 돈을 빌려 왔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2016년 이전까지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회사채의 비중은 10% 내외에 그쳤다.
변화는 2016년부터 생겼다. 2016년 말까지 회사채를 모두 상환한 LG화학은 이듬해부터 엄청난 양의 사채를 찍어냈다. 2016년 말 연결 총차입금 2조8906억원에서 400억원도 되지 않던 회사채 양이 1년 뒤 2017년 말 총차입금 3조원 중 1조원까지 늘어났다. 비율로 따지면 34.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후부터 LG화학의 자금 조달의 콘셉트는 '양질의 장기사채'였다.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한 후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자금을 끌어다 쓴 LG화학은 은행 차입보다 회사채 방식을 택했다. 2017년 말 34%를 기록했던 회사채 비중은 2018년 50.8%, 2019년 3분기 말 6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총차입금 8조9540억원 중 5조3606억원이 회사채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회사채의 비중이 더욱 높아진다. 2016년 연말 기준 회사채 규모를 '0'으로 만든 LG화학은 이후부터 매년 은행 차입을 줄이고 대규모 회사채를 찍어냈다. 2019년 3분기 말 별도 총차입금 5조3753억원 중 96%에 해당하는 5조1709억원이 회사채다. 반면 은행에서 빌린 유동성 장기차입금(상환 기간이 1년 이내로 남은 장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상환 기간이 1년 이상인 차입금)은 각각 1326억원, 718억원에 그친다. 단기차입금(상환 기간이 1년 미만인 차입금)은 0원이다.
◇저금리 만났던 정호영, 회사채 시장 '선택'
눈여겨 볼 점은 차입 구조에 변화가 생긴 2016년에 LG화학에 새로운 CFO가 부임했다는 사실이다. 2004년부터 LG화학 CFO로 몸담았던 조석제 사장이 물러나고, 현재는 LG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로 간 정호영 사장(사진)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물론 차입 전략이 눈에 띄게 변화한 이유를 오로지 CFO의 교체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인물이 변화한 시점에 맞춰 차입 전략이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관성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정 사장이 CFO로 부임하기 직전인 2015년은 3년물 국고채의 평균 금리가 1%대(1.79%)로 떨어진 첫 번째 해였다. 회사채 금리는 통상 국고채 금리에 회사의 등급별 스프레드를 반영해 산출한다. LG화학은 초우량(AA+) 등급이었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가 작아 스프레드가 크지 않다. 당시 금융기관들의 금리, 국고채 금리, LG화학의 신용등급, 전기차 배터리 투자 기간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은행 차입보다 회사채가 정 사장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한 신용평가사는 "은행 차입과 회사채의 비중은 회사의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요소"라면서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를 요하는 시설 투자 같은 경우 은행 차입을 선호하고, 일반적인 운영 자금 등은 회사채를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조달 비용 측면에서 회사채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회사채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LG화학 같은 경우 초우량 등급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조달 측면에서 은행 차입보다 회사채가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성과는 어땠을까. 단적으로 2009년과 2019년을 비교해보면 LG화학의 차입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2009년 말과 2019년 3분기 말 LG화학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 잔액은 각각 2조6270억원과 8조9540억원으로, 10년 동안 약 3.4배 늘어났다. 다만 이자비용(금융비용)은 2009년의 경우 1177억원, 2019년 3분기 말의 경우 1701억원으로 1.4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차입의 대가로 얼마를 지불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차입금평균이자율'에서도 2009년 LG화학과 2019년 LG화학은 차이를 보인다. 각각 차입금평균이자율은 4%, 2%(근사치)로 산출됐다. 저금리 기조를 적극 이용해 회사채 위주의 차입 전략을 가져간 결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빌렸다는 의미다.
◇'신임' 차동석, 전략 큰 수정 없을듯…배터리사 분사는 관건
한편 지난해 9월 LG그룹은 정호영 사장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보내고, 정 사장 자리에 차동석 에스앤아이(S&I) 코퍼레이션 전무(사진)를 앉혔다. 업계는 여전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차 전무가 이전의 자금 조달 전략에서 큰 수정을 가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다만 변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LG화학이 배터리 투자로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회사채 금리를 결정하는 신용등급이 하향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가 LG화학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린 데 이어 이달에는 무디스(Moodys) 역시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낮췄다. 국내 신용등급은 아직 초우량 단계를 방어하고 있지만 하락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채의 이자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 투자 외에도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등 LG화학의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면서 "배터리 사업 부문의 재무 상황으로만 평가 받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이점이 있을 경우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를 적극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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