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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기업구조조정 리뷰]부실 쳇바퀴 돌던 금호타이어, 주인 바뀌자 달라졌다③오너가 경영권 끊자마자 조기 정상화, 산은 매각 지연에 중국 품으로

고설봉 기자공개 2020-11-30 15:08:00

[편집자주]

산업은행은 한국 기업구조조정의 중추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 정상화를 주도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의구심을 산 경우도 있다. 실질적인 가치만 따져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키운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두고 최근 산은이 보여준 문제들은 다시금 과거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 과거사를 토대로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4일 16: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여년간 KDB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 최대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금호그룹이 거론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의 근원 자체도 10년 전 시작된 금호그룹 구조조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2018년 중국에 매각된 금호타이어는 오랜 기간 산업은행의 '앓던 이'였다. 또 이동걸 회장이 아니었다면 성공적인 매각을 할 수 없었을 사례로 거론된다.

금호그룹 구조조정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고속 정리 등 산은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덕분에 그 부담이 크게 줄어든 상황임은 분명하다.

업계에선 그만큼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사례가 현재까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산은의 공과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금호타이어라는 것이다.

◇구조조정만 9년, 늦어진 M&A에 '기회비용·기업가치' 손실

금호타이어는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1위, 세계 10위 타이어 회사였다. 연구개발(R&D) 투자를 기반으로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며 유럽과 북미, 일본 선두 업체들의 뒤를 바짝 쫓았다. 수익 및 재무구조도 탄탄해 금호그룹이 재계 서열 9위로 도약하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그런 금호타이어가 2010년 1월 6일 재무구조개선절차(워크아웃)에 돌입한다. 산은과의 질긴 악연이 시작된 순간이다. 금호그룹이 무리하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던 게 화근이었다. 부실 여파에 휘말려 금호타이어도 일순간 부실기업이란 꼬리표를 달았다.

이후 산은은 감자·출자전환·증자 등의 과정을 거치며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하지만 좀처럼 금호타이어의 부진한 상황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금호그룹과 금호타이어 간 연결고리를 제대로 끊어내지 못한 탓에 구조조정은 공회전만 거듭하는 양상을 보였다.

산은은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도 지배권과 경영권은 기존 대주주인 박삼구 전 회장일가에 그대로 맡겼다. 박 전 회장 일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워크아웃에 빠진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계속 행사하도록 했다. 또 정상화 뒤에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출자전환 및 유상증자 등으로 지분율이 하락한 박 전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회복할 발판도 마련해 줬다.


금호타이어 안팎에선 과거 산은 주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몇 번의 경영정상화 기회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물밑에서 접촉하거나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인수에 나선 국내 대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산은은 번번이 지배주주인 박 전 회장의 경영권과 지배권을 인정하며 금호타이어가 도산 직전에 몰릴 때까지 M&A를 미뤘다.

적기를 놓친 금호타이어는 2018년 4월 중국 더블스타에 팔렸다. 해외에 매각된 것 자체가 지배주주인 박 전 회장 일가의 우선매수권을 지속해 인정해줘 국내 대기업과 M&A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탓이었다. 코너에 몰린 산은은 원매자였던 국내 대기업을 모두 놓치고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이를 통해 잡은 거래 상대방이 글로벌 타이어 시장에서 금호타이어보다 네임밸류가 한참 떨어지는 더블스타였다.

재계 관계자는 “한 차례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2013년 이후부터 2017년까지 금호그룹 위기가 거듭되면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산은과 채권단에서 마지막까지 금호타이어 제3자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그러는 동안 금호타이어의 가치는 계속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M&A 뒤 빠른 경영정상화, 산은 공과 평가 '반반'

시장에서 평가하는 산은의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은 어떨까. 과정의 지난함과 산은의 정교하지 못한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도 있다. 반면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공적을 아예 무시하긴 어렵다.

산은이 주도한 금호그룹 관련 구조조정 가운데는 가장 성공한 모델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비록 외국자본에 매각되긴 했지만 매각 및 금호그룹에서 분리된 뒤 빠르게 경영정상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산은의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름 아닌 실적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부터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당성하기 시작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상반기 소폭 적자를 기록했지만 3분기부터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 3분기 영업이익 439억원, 순이익 231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0월 누적 기준 상반기 손실을 상쇄하고 연간 영업이익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뒤에도 금호타이어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와는 다르게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를 착실히 수행해 나갔다. 금호타이어 인수 뒤 가장 먼저 실시한 일은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를 통한 정밀 실사다. 실사를 바탕으로 경영정상화 계획을 도출해 착실히 그 과정을 밟았다.

이를 기반으로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중국 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다. 대규모 인력 감축을 수반한 조직 슬림화를 거치며 금호타이어의 손실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 원자재 구매 경로를 전면 개선했다. 기존 원자재 구매비용이 너무 크다는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인 결과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금호타이어의 원가율은 대거 하락하고 수익성은 개선됐다.

산은에서는 이를 '더블스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중국 공장'에 있었다. 산은은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가 아니었다면 중국 법인에 대한 구조조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었다는 생각이다. 중국 기업이 직접 현지 공장 구조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당국과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광주공장 가치만 2.8조, 최대주주 교체로 가치 드러나

반면 맥킨지 보고서대로면 사실상 국내 기업이 인수했어도 '다른 방면'에서 금호타이어 살리기를 충분히 서둘러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상반된 평가 역시 있다. 최대주주 교체 뒤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가치가 새롭게 드러난 게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란 것이다.

맥킨지 보고서는 금호타이어의 광주공장 가치를 2조원(3.3㎡당 1600만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KTX송정역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금호타이어 공장과 인접해 있어 부동산 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지 약 14만평인 광주공장 인근 부동산 시세는 최근 3.3㎡당 2000만원을 호가한다. 2018년 맥킨지가 보고서를 작성할 때보다 더 상승했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이전을 추진 중이다. 새로 공장을 짓고 설비를 최신으로 교체하고도 1조원 대 차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463억원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더블스타는 공장을 최신설비로 바꿔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린 뒤에도 순수 차액만 3000억원 이상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호타이어는 최대주주 교체 뒤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고 미래가치도 뛰어나다. 그만큼 이전 경영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산은의 늦은 결단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서둘러 금호타이어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교체했다면 과거 10여년간 이어진 부실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 및 대외 신인도 손실 등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더블스타로 인수된 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타이어는 생산 및 영업활동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외 공장 및 판매법인에 대한 구조조정도 없었다.

그저 최대주주를 금호그룹에서 더블스타로 변경한 것만으로 현재 경영정상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박 회장 일가의 우선매수권과 금호그룹의 간섭을 서둘러 차단했다면 보다 더 이른 시점에 정상화된 국내 기업으로 남았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국내 1위 타이어업체로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면서 부실기업이 됐다”며 “더블스타로 매각된 것만으로 경영정상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보면,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부실에 대한 진단을 잘못 내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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