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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실시간 ETF 매매 무산…증권업계 '판정승' 금융위원회 "은행 투자중개업무 포함 안돼"

이돈섭 기자공개 2021-07-16 07:49:28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4일 13: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업권이 추진해온 실시간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시스템 구축 시도가 무산됐다. 금융당국이 실시간 ETF 매매 시스템 구축은 증권업계 고유 영역을 침범했다고 판단했다.

당분간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 영향력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려진 결론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퇴직연금 시장 내 업권 간 경쟁은 꾸준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 은행업권, 실시간 ETF 매매 시스템 구축 무산

금융위원회는 KB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운용자산에 ETF를 편입해 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령해석 문의에 "은행에 허용된 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당 내용을 지난 8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KB국민은행이 올해 3월 해당 법령해석을 요청한 지 약 4개월만이다.

금융위는 "신탁업자인 은행이 투자매매·중개업자의 주식중개서비스와 연동하여 투자자에게 ETF 시세를 제공하고 투자자의 운용지시를 받아 실시간 또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신탁재산을 운용하는 것은 ETF 위탁매매 업무에 해당한다"며 "은행에 허용된 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무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ETF 위탁매매업무는 일반적 펀드의 판매·환매와는 다르게 상장증권 위탁매매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은행에 허용된 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은 구 증권투자신탁업법에 따른 수익증권 판매업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구 증권거래법에서 증권사 업무로 별도 규율하고 있었던 ETF 등 상장증권 위탁매매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은행업권 실시간 ETF 매매 시스템 구축 시도가 사실상 증권업계 업무 영역을 침범한다고 확인한 것이다. 은행에 맞서 ETF 매매가 업권 고유업무 영역이라 주장해 온 증권업계가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금융위 해석은 은행업권 전체에 적용되는 것으로,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 우리, NH농협은행 등이 추진해 온 실시간 ETF 매매 시스템 도입 시도는 사실상 무산됐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인터넷뱅킹에 증권사 시스템을 연계 시켜, 투자자가 ETF 매매를 지시하면 실시간 혹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ETF를 매매한 뒤 신탁 계좌에 편입하는 방식의 시스템 구축을 계획했다. 내부 법률 검토 등 과정을 거쳐 문제가 없다고 판단, 올해 3월 금융위에 법령해석을 문의했다. 당시에는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법령해석 결과가 나오지 않고, 증권업계가 ETF 매매는 업권 고유영역이라는 주장을 금융위에 피력하면서 일각에서 회의론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말 신한은행의 한 자산관리센터에서 퇴직연금 운용자산에 ETF를 포함할 수 있다며 관련 선 마케팅 행위에 나섰다가 당국 지적을 받은 것도 은행업권 내 부담 요소로 작용했다.

◇ 퇴직연금 시장 업권 간 경쟁 지속 전망

은행업권이 ETF 실시간 매매 시스템 구축을 시도한 것은 최근 ETF에 자금이 대거 몰리는 현상을 의식한 결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ETF 자산가치 총액은 60조2573억원. 2002년 3444억원 규모에서 매년 많게는 218.8% 적게는 0.6% 꾸준히 성장한 결과다. 지난달 5개 ETF가 신규 상장해 6월 말 ETF 종목수는 485개다.

눈에 띄는 점은 퇴직연금을 ETF로 운용하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 퇴직연금 계좌 ETF 잔고는 1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황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ETF가 주목을 받으면서 퇴직연금 운용자산으로 ETF를 선택하는 투자자가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이 업권 안팎의 공통 인식이다.

은행은 신탁상품에 ETF를 판매하고 있는데, 지연 시세를 적용하고 있다. ETF의 대표적 장점은 실시간 매매로 환금성을 높인 것인데, 은행 ETF 매매로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증권업계 개인형 퇴직연금(IRP) 운용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이어지자 상품 라인업 및 수수료 측면에서 은행 퇴직연금 운용 매력도는 줄고 있다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임원은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증권사 규모의 2배 이상으로 후발주자(증권사) 입장에선 점유율 확대를 위해 IRP 수수료를 인하한 것"이라면서 "은행업권이 증권업계처럼 IRP 수수료를 인하하려면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은행 비이자 수익 규모를 키워야 하는 과제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서 기존 예대 마진만으로는 이익을 꾸준히 확대하기 어렵다고 인식한 은행권이 ETF 매매를 통해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려고 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256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4조원 가량 증가했다. 퇴직연금 시장만큼 성장성 높은 시장도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영업 현장에선 업권 간 미묘한 신경전도 관찰된다. 후발자인 증권사는 은행 고객을 빼 올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이 고객사에 이자 혜택을 부여하거나 ATM 설치를 제공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벌어진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 내 업권 간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면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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