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머니무브'에 증권업계 ETF 사수 총력전 금투협, 최근 금융위에 '해외 은행 ETF 실시간 매매 유례 없어' 의견 제출
이돈섭 기자공개 2021-06-17 07:57:56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4일 15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업계가 '실시간 ETF(상장지수펀드) 매매 거래' 사수에 팔을 걷어부쳤다. 은행업권이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실시간 ETF 매매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증권업계는 금융당국이 은행업권의 시스템 도입을 용인할 경우 증권사 고유 서비스 영역이 은행업권에 잠식당할 수 있다며 연일 반대 의견을 높이고 있다.올해 3월 중순께 KB국민은행은 실시간 매매 형식의 ETF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비조치 의견서를 금융위원회 측에 제출했다. 비조치 의견서는 금융회사가 추진하려는 행위 등에 대하여 금융당국이 관련 해석 및 제재조치 여부를 적극적으로 답변하여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제도다.
은행에서는 일부 신탁 상품을 통해 ETF를 매매할 수 있지만, 실시간 매매가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직전 거래일 펀드순자산가치(NAV) 종가로 매매하든지 5초 안팎의 지연된 매매가가 적용될 뿐이다.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주식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면서 환금성을 높인 것. 증권사처럼 실시간 ETF 매매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다시 말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중개업 라이선스의 영역을 증권사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를 금융당국에 확인하는 것이다. 금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사업 진출 여부가 확정되는 만큼,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 여타 시중은행들 역시 해당 비조치 의견서에 대한 금융당국 답변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은행업권 의견과 함께 금융업권 의견을 함께 청취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당국에서 업권 차원의 의견을 물어오면 논거를 제시하고 추가 질문이 오는 식"이라며 "개별 회사가 대응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최근 협회 회원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협회 차원 대응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은행업권 ETF 실시간 거래 시스템 구축에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 측에 해외 은행의 경우 ETF 실시간 매매 시스템 구축이 유례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전해진다. 최근 은행업권이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증권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맥락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업권이 실시간 ETF 매매 시스템을 구축하면 결국 주식투자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할 것은 거의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은행업권과 증권업권 간 벽이 허물어지는 꼴이고. 증권업계보다 훨씬 광범위한 인프라를 지니고 있는 은행의 역할이 확대하면서 증권사 서비스 영역이 잠식당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은행 측은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개별 은행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미국과 영국 등에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해 시스템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9년 몇몇 시중은행에서 벌어진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와 같은 불완전판매 이력을 들어 은행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자질을 힐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은행이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은행 측은 신탁 상품 등을 통해 ETF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증권업계 반응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실시간 대비 5초 안팎의 지연 매매가를 적용해 거래를 하고 있는데 굳이 실시간 매매만 금지할 이유는 없다는 것. 증권사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 구조만 잘 나누면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최근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적립금 확보를 위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 수수료를 0%로 낮췄다. 신한금융투자는 IRP 수수료 인하와 함께 공익목적법인 확정급여형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수수료도 낮춘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금투업권 개인형IRP 적립금은 7조5485억원으로 은행업권 23조8555억원의 31.6% 수준이었다.
업권별 적립금 규모 면에선 차이가 나지만 금투업권의 최근 1년간 증가율은 49%이었던 데 반해 은행업권은 36%를 기록해 성장폭에서 상당한 차이를 냈다. 하나은행이 IRP 신규 가입 고객 대상으로 캐시백 이벤트를 실시한 것 역시 고객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ETF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구축해 자금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ETF 투자가 활성화한 데는 금융소비자법 시행으로 다른 펀드 매매 자체가 어려운 점도 한몫했을 것"이라며 "전체 금융업권이 무한경쟁에서 벗어나 향후 증시가 고꾸라질 경우 퇴직연금 투자자 재원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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