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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주주가정법원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6-02 09:00:12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2일 09: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미국 델라웨어주 대법원이 내린 코윈판결(Corwin v. KKR Financial Holdings)의 파장이 점차 공고한 판례법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법원은 합병거래에 있어서 주주총회 결의를 최대한 존중한다”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잘 아는 사모펀드회사 KKR은 KKR Financial Holdings (FH)를 흡수합병했는데 FH 주주들에게는 1주에 KKR 주식 0.51주를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시장가격에 35%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이 거래에 대해 FH의 한 주주(코윈)가 합병을 결의한 FH 이사회 결의에 하자가 있었다는 이유로 회사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FH는 KKR이 LBO거래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금융을 담당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외관이나 선입견과는 달리 KKR은 FH를 지배하지 않았다. 지분도 1% 미만을 보유했고 FH의 경영은 또 다른 관계회사인 KKRFA(KKR Financial Advisors: FA)가 담당했다. 이 FA도 KKR의 지배를 받지 않는 회사였고 FH와의 경영계약에 따라 FH를 관리했다. 뮤추얼펀드처럼 상근 임직원을 두지 않았다. FH는 그 경영계약을 위약금을 지불하고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었다.

종래 델라웨어주의 확립된 판례법은 이사회의 합병결의에 대해 주주가 법률적 흠결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합병절차의 중단이나 사후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이사회 결의가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심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회사, 회사의 이사회, 또는 개별 이사가 문제의 합병이 ‘총체적인 공정성’을 담보하는 내용의 거래였음을 입증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그러나 법원에 따르면 KKR은 FH의 지배주주가 아니며 FH의 이사회는 이사회의 판단에 따라 FH의 자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그러한 독립적 위치에 있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확인하면서 회사간 합병은 인수자 측이 피인수자 측의 지배주주가 아니고 피인수자 측 이사회에 이사를 선임할 권리도 보유하지 않으며 이사회결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는 그러한 지위에 있다면 총체적 공정성이라는 엄격한 기준에 의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합병이 총체적 공정성 기준에 의한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는 문제의 합병이 ① 중립적이고, ② 외압을 받은 바 없고, ③ 충분한 정보를 보유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일정한 요건을 갖춘 주주총회 결의에 이사회 결의 하자 치유력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서 정보라 함은 재무적 프로젝션, 경영진과의 이해상충 여부, 외부 재무자문사와의 이해상충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말한다. 향후 유사한 소송에서는 그와 같은 정보가 주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델라웨어주 판례법은 내용이나 생성 절차 등 모든 면에서 우리법과 다르다. 위 내용도 이해의 편의를 위해 극히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코윈판결이 주는 함의는 우리가 충분히 숙고해서 그 핵심 메시지를 수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하자가 있었다고 다투어지는 이사회 결의에 근거해서 주주총회 결의가 이루어졌고 그 주주총회 결의가 충분하고 투명한 정보에 기반했다면 해당 이사회 결의에 대한 사법적 심사는 자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판결은 과거와는 다른 자본시장의 구조를 배경으로 한다. 지금은 기관투자자 주주의 시대다. 개인투자자와는 달리 기관들은 특정 합병거래의 배경과 내용, 의미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전문성과 재무적 기반을 보유한다. 즉 이들에게는 법원이 기업간 거래를 사법적으로 판단해주어야 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크지 않다. 이는 경영판단 원칙의 형성 배경과 합치한다. 사법부가 전문적인 경영자들의 사업적 판단을 사후적으로 심사하는 것을 자제하려는 데서 그 원칙이 생성되고 발달되어 왔다면 이번 사건과 같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의 판단 결과를 법원이 사후적으로 심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의를 한 (사외)이사들이 코윈사건에서와는 달리 독립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위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까. 만일 코윈사건에서 FH의 이사들이 KKR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지위에 있었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에 대해 델라웨어주 1심법원은 그 경우에도 결론이 달라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비친 적이 있다. 사실 하자있는 이사회 결의를 충분한 정보를 보유한 전문적인 주주들이 추인하는 합병승인 주총결의로 치유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사들의 독립성 문제도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또 합병뿐 아니라 주총결의를 필요로 하는 다른 모든 종류의 이사회 결의에도 마찬가지다. 향후 실무는 피고가 입증해야 하는 ‘투명성’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대기업에서 이사회가 필요했던 것은 주주들은 사업에 대체로 무지하고 경영을 맡은 경영자들은 남의 돈에 대체로 무심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주식회사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의 경제적 역량에서 큰 부분을 담당하면서도 국가의 직접 감독에서 벗어난 대기업에 국가 감독을 대신할 장치가 필요했는데 그 대안이 이사회였다. 그러나 후자는 이미 무의미해졌고 전자와 관련해서도 이제 기관인 주주들은 더이상 무지하지 않다. 따라서 회사법과 이사회는 서서히 새로운 변천을 겪게될 것이고 법원은 한 식구들인 기관주주와 개인주주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기구로 변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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