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벤펀드 일몰 리스크]헤지펀드 설정액 10%, 조단위 썰물 우려 점증①공모주 우선배정혜택 소멸되면 공백 불가피
양정우 기자공개 2023-03-22 08:21:36
[편집자주]
4조원 규모로 성장한 코스닥벤처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올해 연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운용업계는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지만 속단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몰 현실화시 비시장성 자산을 담은 펀드의 환매 연기와 중소기업 조달 루트가 사라지는 이슈가 동시에 불거질 여지가 크다. 혜택 소멸은 아니더라도 우선배정 시스템엔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더벨은 눈앞에 닥친 코벤펀드의 일몰 리스크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7일 0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정부가 주도한 '관제 펀드' 가운데 성공적으로 자본시장에 안착한 사례로 꼽힌다. 코스닥 상장사를 뒷받침한다는 목표를 충족시키면서도 투자 상품으로서 매력을 높인 덕에 전체 펀드가 총 4조원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하지만 수익률의 근간을 이루는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어느덧 올해 말로 종료될 처지에 놓여있다. 과거 하이일드펀드 사례처럼 결국 연장시킬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나오지만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사안이다. 만일 일몰이 현실화되면 40조원 대의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4조원 수준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공한 정부 주도 펀드, 시장 한 축으로 성장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헤지펀드(일반 사모펀드, 증권사 PBS 계약 기준)는 지난달 말 기준 총 41조7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코스닥벤처펀드(KOSDAQ Venture) 비히클로 조성된 상품은 총 3조7097억원으로 나타났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정부가 정책 취지를 감안해 조성한 관제 펀드 중에서 단연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본래 관제 펀드는 특정 정권에서 조성했다는 꼬리표가 붙기 마련이다. 하지만 4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수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건 당국의 주도만으로는 쉽지 않은 결과다. 운용 주체인 자산운용사와 수익자인 개인 고객에게 모두 상품으로서 제대로 어필했기에 이룰 수 있던 성과다.

코스닥벤처펀드도 큰 틀에서는 공모주펀드(일반 공모주펀드, 공모주 하이일드펀드 등)로 분류된다. 알파 창출의 핵심 기제가 공모주 투자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공모주에 투자하는 스타일은 안정적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일단 투자 단가인 공모가 자체가 증권사 투자은행(IB) 파트에서 기업가치 평가 이론을 토대로 산정한 적정 밸류에서 할인된 가격이다.
할인 가격에서 투자의 스타트를 하는 만큼 실패의 가능성도 낮아진다. 글로벌 증시의 사이클에 따라 부침이 있겠으나 단순히 주식 거래에 나서는 것보다 확률상 안정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할인율은 10~30%(흑자 기업) 정도에서 적자 기업의 경우 높게는 40~50%에 이른다.
이런 알파 창출의 구조를 감안하면 결국 공모주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공모주펀드 수익률의 최대 관건이다.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 코스닥 기업공개(IPO)에서 전체 공모 물량의 30%에 이르는 비중이 우선적으로 배정된다. 우리사주조합과 일반 투자자(개인)에 책정된 비중(20%)마저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구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게 설계돼 있는 셈이다.

현재 규모가 가장 큰 코스닥벤처펀드는 NH헤지자산운용의 'NH앱솔루트 코스닥벤처 Mezzanine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609억원)'다. 그 뒤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타임폴리오 코스닥벤처 It's Time-MS 2호 일반사모투자신탁(557억원)', 파인밸류자산운용의 '파인밸류IPO플러스V 일반 사모증권투자신탁(541억원)' 등이 잇고 있다.
◇무사안일 분위기 속 일몰 카운트다운…코벤 소멸시 시장 위축 무게
문제는 이런 우선배정 혜택이 소멸을 앞두고 있는 점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펀드 조성의 메리트가 제공된 만큼 혜택엔 일몰 기간이 설정돼 있다. 올해 말을 지나면 현재 운용 중인 코스닥벤처펀드가 모두 공모주에 투자하는 일반 헤지펀드(세제 혜택은 유지)로 전환된다.
헤지펀드 운용사와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 대규모 고객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은 직접 주식투자부터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투자 상품의 폭이 넓은 개인 고객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개인 투자자는 '리스크-리턴' 프로파일이 동일한 대안 상품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동시에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코스닥벤처펀드에 가입해 짭짤한 수익을 거둔 개인 투자자는 또 다시 코스닥벤처펀드를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 역으로 코스닥벤처펀드가 사라진다면 기존 고객층이 헤지펀드 시장에 머물며 다른 유형의 상품을 검토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중장기적 자산 배분의 원칙이 확립돼 있어 헤지펀드라는 큰 틀에 이미 책정한 비중을 계속 유지하는 것과 결이 다를 수 있다.
리테일 창구인 증권사와 은행 점포에서도 고객의 재투자 자금을 상품 모집의 큰 축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비상장투자 상품을 주로 사는 고객이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없이 채권 상품에 가입하는 건 보기 드문 선택이다. 고객의 생애주기가 현격하게 바뀐 시점이 아니라면 개개인 특유의 투자위험감수도(Risk Tolerance)는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특정 점포에서 공모주펀드만 불티나게 팔리고 하나증권의 복합 센터에서는 비상장투자 상품만 취급하는 이유가 있다"며 "결국 해당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색깔이 꾸준히 유지되기에 차별화 전략이 먹혀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코스닥벤처펀드를 선호했던 고객이 주식 롱숏이나 롱온니 펀드에 접근하기보다 헤지펀드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조 단위 자금줄이 사라지는 건 우선 자산운용사의 수입과 직접 연결되는 이벤트다. 코스닥벤처펀드를 주로 활용했던 신생사의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생태계 전반을 놓고 보면 중소, 중견 기업이 자금 조달의 주요 루트가 사라지는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베스트
-
- 하나대체운용, 잠원동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400억 투자
- [VC People & Movement]'투자 역량 강화' 지티오인베스트, 3인 대표 체제로
- [VC 글로벌 투자 리포트]에이티넘인베, '초대형 펀드'로 해외 2.0 시대 연다
- 우리벤처파트너스, 해외 투자 다시 '힘'준다
- 세아기술투자, 그룹사 니켈페라이트 공급 '리텍' 베팅
- [VC 투자기업]'AI 진단' 휴런, 루닛 출신 박찬익 CBO 영입
- [IB 풍향계]IBK투자증권, 김병철 전 유안타 본부장 영입
- [ETF 위클리]갈곳없는 자금…금리형 상품 여전한 인기
- 하상백 대표, '메자닌 강자' 라이노스운용 3년 더 이끈다
- 'ESG 행동주의' 라이프운용, 한기평 출신 채권맨 영입
양정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NH증권 펀드 수탁, 손익차등형으로 '수임몰이'
- 하나금융 클럽원 VVIP, 메자닌 상품에 꽂혔다
- [액티브 ETF 맞수대결]글로벌메타버스 테마 미래 VS 한투, 'ACE 완승'
- '사세 확장' 멀티에셋운용, 마케팅 조직개편 '강수'
- 공매도와 CFD '프레임 데자뷔'
- 한투운용 배재규 대표, 상품 전략도 '삼성맨'에 맡긴다
- 미래에셋 TIGER, AI 대명사 챗GPT 타고 '훨훨' 날았다
- 멀티에셋, 대체투자 광폭 행보…1년여만에 4000억 껑충
- 보험사 롱숏펀드 바람…헤지펀드 하우스 소외되나
- 사모운용사표 공모펀드 통했다…'VIP·더제이' 선두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