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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모기업에 돈 빌린 영진약품, 20년만의 CB '절실했다'KT&G에 대여금 차입, 현금 14억 불과…CB 조달 용처는 'CMO·신약개발'

최은진 기자공개 2023-11-23 12:56:56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18:5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진약품이 모기업에 돈 빌리는 상황에까지 처하자 20년만에 전환사채(CB) 조달 카드를 꺼내들었다. 10억원 남짓 남은 현금곳간을 채워야 하는 걸 떠나 작년 말 결정한 200억원대 공장 증축 비용 조달도 급했다.

위탁생산(CMO) 사업과 신약 연구개발(R&D)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했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축소된 상황에서 CMO와 신약이라는 키워드가 통할 지 관심이 몰린다.

◇303억 규모 CB 발행, 만기이자율 2%…2003년 이후 첫 CB 발행

영진약품은 17일 공시를 통해 303억원 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사채의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다. 전환청구는 1년 뒤인 내년 11월21일부터 2028년 10월21일까지다. 이번 CB는 씨스퀘어·라이노스·NH헤지·포커스자산운용 등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만기이자율이 2%에 달하는 만큼 나름의 안전장치가 매력 포인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영진약품은 KT&G가 지분 52.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모기업의 재무 지원 역량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CB 발행은 2003년 200억원을 발행한 뒤 거의 20년만이다. 2004년, 2007년, 2010년 세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 적은 있지만 CB는 그다지 활용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처럼 20년만에 CB 조달에 나선 이유는 주주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최대주주인 KT&G에게 손벌릴 수 밖에 없는 유증 보다는 CB가 더 낫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달을 책임지는 영진약품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강경보 전무는 KT&G에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CFO격인 재무 총괄 및 지원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모기업과 원활한 소통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그는 2020년 KT&G의 회계처리 논란이 불거진 데 따라 2021년 자리에서 물러나 영진약품으로 적을 옮겨 현재 2년째 CFO로 근무 중이다. 강 전무의 KT&G그룹 내 입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영진약품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흑자로 턴어라운드하며 사업이 안정화 됐다"며 "모기업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자본시장에서 충분히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 차입 약 460억, 모기업 KT&G에 올해 45억 차입

영진약품이 왜 자금조달에 나서게 됐는 지도 들여다 볼 문제다. 6월 말 기준 영진약품의 현금성자산은 14억원에 불과했다. 총차입금은 약 460억원으로 대부분 토지 등 유형자산 담보대출이다. 올 들어 모기업인 KT&G에 4.6%의 금리로 45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설립 후 역대 최대규모의 차입금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남은 현금은 14억원, 모기업에까지 돈을 빌릴 처지에 놓인 영진약품은 외부펀딩밖엔 답이 없었던 셈이다. CB 조달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조달한 자금 303억원 중 대부분인 215억원은 남양공장 항생동 증축투자에 활용한다. 위탁생산(CMO)사업을 확대하며 추가 매출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생산량을 증대하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해당 투자는 작년 9월 결정된 건으로 설립이래 최대 규모다. 당초 세파항생 주사제 생산라인의 증축 투자인데 과거 일본 제약사 사와이에 납품했다가 종료된 건이다. 양사간 계약이 완전히 끝났지만 한미약품 등이 관련 생산을 중단하고 외주를 주는 등 국내시장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조달 자금 나머지 88억원은 신약개발에 쓴다. 만성질환 중심의 대형 신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는 한편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R&D에 투자한다.

영진약품은 2017년 경구형 안구건조증 치료제 등을 연구했던 KT&G생명과학을 인수하며 신약 의지를 내비췄지만 그다지 계획대로 되진 못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YPL-001' 등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웠지만 후속 임상이 진행되지 않고 중단되는 등 고전하고 있다.

기술수출한 유전적 미토콘드리아질환 치료제 'KL1333'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는 소식 정도가 고무적이다. 다만 임상 및 개발 전권은 파트너사인 앱리바가 갖고 있다. 이외에는 영진약품이 신규로 발굴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R&D를 총괄하는 핵심연구인력인 연구본부장이 변경됐다. 김병기 연구총괄 단 한명만 핵심인력으로 분기보고서에 기재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핵심연구인력이던 유춘선 연구본부장과 주윤정 개발본부장은 퇴사했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남양공장 항생동 증축투자와 R&D 투자를 위해 CB 발행에 나섰다"면서도 "아직은 일반적인 내용만 공개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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