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Story]삼성이 공들인 진귀한 마스터피스호암미술관 불교미술 기획전…홍라희 전 리움관장,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개막식 참석
서은내 기자공개 2024-03-29 08:17:5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암미술관이 오랜만에 대규모 기획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삼성이 국내외 미술관, 박물관,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구해온 92점의 고미술품들이 주인공이다. 한중일 불교미술의 정수를 담은 작품들이며 그 중 특히 마스터피스로 꼽힌 두 점이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점 모두 일본 개인 소장자로부터 공수한 진귀한 국보급 작품들이라는 게 공통점이다.금동 관음보살 입상과 나전 국당초문 경함. 두 작품 모두 고미술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유명한 작품들이다.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1920년대 이후 한국에서 일반인에게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전세계에 5점 정도밖에 없는 희소성이 높은 작품으로 꼽힌다.
26일 삼성문화재단에 따르면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를 3월 27일부터 6월 16일까지 진행한다. 25일 개막식 행사는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됐으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리움·호암미술관의 VIP 인사들이 자리를 채웠다.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하나의 미술관에 두개의 장소' 개념으로 서울과 용인에서 전시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주관, 기획한 것은 리움미술관의 소장품연구실이다. 소장품연구실은 이번같은 기획전시에 전시할 주요 미술품들을 들여오고, 기획하는 일들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전세계 27개 컬렉션으로부터 공수해온 불화, 불상, 사경, 나전경함, 자수,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귀중한 불교미술 걸작품 92건을 모았다. 그 중 한국 미술이 48건, 중국미술 19건, 일본미술 25건이다. 소장처를 살펴보면 리움미술관 소장품,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소장품들이다.
해외 소장작의 경우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등 미국 4개 기관과 영국박물관 등 유럽 3개 기관, 도쿄국립박물관 등으로 나뉜다. 특히 해외 소장작 중 일본에서 건너온 작품들은 11개 소장처로부터 작품을 건네 받았다. 일본 개인 소장자로부터 들여온 작품 중 두 가지가 금동 관음보살 입상과 나전국당초문경함이다.
이번 전시에 오른 총 92건의 작품 중 금동 관음보살 입상, 나전국당초문경함,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이 세 가지는 국보급 문화재에 속한다.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나 나전국당초문 경함이 전시에서 더 주목받게 된 것은 미술품들이 전시되기까지 미술관과 조력자들의 수고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기관이 아닌 해외의 개인 소장자로부터 미술품 대여를 요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해당 작품의 위치나 가치로 볼때 더욱이 쉽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호암미술관의 이번 전시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대여료를 지불하지 않은 것들이다. 보험이나 운송, 설치 등에 관한 비용만 미술관이 담당한다. 미술관, 박물관 등 소장처가 기관인 경우 앞으로의 쌍방 대여 가능성을 감안할 수 있어 작품 공수가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 반면 이번 금동 관음보살 입상처럼 일본인 개인 소장자가 가진 국보급 문화재의 경우 성사 가능성이 드문 건에 해당한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모든 미술품들이 소장처로부터 구해올 때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며 "작품의 컨디션에 변화가 생길수도 있고 이동 중 파손 우려도 있어 대여 결정이 쉽지 않지만 우리 미술관에 전시됨으로써 해당 작품 가치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소장자가 긍정적으로 응했다"고 말했다.
호암미술관은 걸작품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 조지윤 실장은 "다수의 개인소장가들이 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싫어하며 개인소장으로 통칭해서 전시하고 있다"며 "의도에 맞는 좋은 작품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고미술품 전문 딜러는 "해외로부터 중요 작품을 들여오는 일은 일종의 외교적 협상이 수반되는, 고도의 전략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며 "소장자를 찾는 과정부터 소장자를 찾은 후로는 해당 작품의 가치를 높이 인정해주고 소장자의 기분을 해치지 않고 문화적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잘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마스터피스로 꼽힌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환수의 필요성이 제기될 만큼 화제가 됐던 의미가 깊은 걸작품이다. 1920년대 일본인이 품에 지니고 갔다는 이 작품은 일반인에게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작품이다. 백제 시대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희소할 뿐 아니라 이번 공개 작품은 자태의 우월성도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해당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한때 정부에서 환수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우리 측의 감정가와 소장자 측의 평가액 간 괴리가 커 결국 환수 작업이 중단된 작품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환수에 약 40억원 수준의 환수예산이 알려졌으나 소장자 측에서는 150억원 수준을 밝히며 성사되지 못했다.
나전 국당초문 경함 역시 일본 개인 소장자로부터 들여온 작품이다. 한국에서 세 번 정도 전시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몇 개 안되는 작품이며 특히 수리하지 않고 완전한 상태로 있는 작품으로 그 가치를 더한다. 해당 작품 역시 일본인 소장자에게 대여를 요청해서 큰 이슈 없이 허락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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