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아픈손가락' 솔리다임 출구전략 통할까 2023년 순손실 4조원, 2025년 3월까지 2조7000억원 잔금 지급
김도현 기자공개 2024-03-29 08:13:13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으로 D램 시장에서 우뚝 섰으나 또 다른 주축인 낸드플래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텔 낸드 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 이후 적자 기조가 이어진 데다 지불해야 할 금액도 남아있다.이를 타개하기 위해 낸드 사업 방향에 변화를 준다. 과거 D램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해 '양적 성장'에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수익성' 중심으로 가치를 판단할 방침이다. 대신 기술력 향상에는 자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27일 경기 이천사업장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같은 전략을 공유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2월 솔리다임을 품으면서 메모리 업계를 뒤흔들었다. 낸드 분야에서 5~6위권에 그쳤던 SK하이닉스가 단숨에 선두권 진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기존 낸드 역량에 인텔이 갖춘 기업용(e)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 노하우까지 더해진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중 분쟁으로 중국 다롄 팹의 정상 운영이 쉽지 않았고 2022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은 탓이다. 감산이 불가피할 정도로 가격과 출하량이 급감하자 솔리다임의 부진이 예상보다 더 컸다. 2023년 연간으로 4조원 넘는 순손실을 냈다. 2년간 누적 적자는 약 7조원에 달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인수금 1차분으로 70억달러(약 9조4500억원)를 인텔에 납부했다. 더불어 솔리다임에 7조~8조원 규모 자금 대여를 진행했다. 15조원을 상회한 금액을 쏟아부은 결과물이 조단위 영업손실인 셈이다.
이날 곽 사장은 "솔리다임 출범 후 시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했으나 최근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솔리다임 eSSD 구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면서 "솔리다임이 보유한 eSSD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도, 고용량 스토리지 경쟁력과 SK하이닉스의 낸드 및 시스템온칩(SoC) 기반 제품 개발과 결합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과의 합병을 추진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낸드 컨트롤러 경쟁력이 꼽혔다. 이 제품은 SSD 등에서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칩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주로 낸드 컨트롤러를 대만 TSMC에 위탁생산해왔다. 자체 낸드 컨트롤러 기술과 하이엔드 SSD 라인업 갖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로 전반적인 역량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당시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현 SK온 사장)은 "양사의 포트폴리오가 겹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풀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고객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솔리다임 고객에 자체 낸드와 5세대 컨트롤러 등을 공급 중이다. 모든 응용 분야에서 솔루션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기도 했다.
2022년 238단 낸드를 세계 최초 개발한 데 이어 2023년 5월 양산 돌입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작년 8월 가장 먼저 321단 낸드 샘플을 공개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관건은 낸드 업황 회복 속도, 내년 3월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솔리다임 인수금 2차분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등이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연결기준 차입금 합계는 29조4686억원이다. 2022년 말(22조9946억원)보다 6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잔금 지급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롄 팹 운용 및 시설 교체 등을 위한 비용까지 감안하면 필요한 자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다행히 외부 환경은 나쁘지 않다. 낸드 단가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데이터센터 고객의 SSD 구매 재개 움직임이 포착된 덕분이다.
낸드 등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당해년도 매출액 기준으로 시설투자액(CAPEX)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장기적인 성장과 재무 안정성의 균형을 고려하겠다는 심산이다. 시장 상황에 맞춘 양산 규모 조정 기조도 이어간다.
이번 주총에서 안현 솔루션개발 담당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담당은 SK하이닉스에서 낸드개발사업전략 담당, 낸드개발기획그룹장 등을 역임한 낸드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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