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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비즈니스 2.0 [thebell note]

서은내 기자공개 2024-04-08 09:27:04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더화랑의 오너 2세 갤러리스트들과 인터뷰하면서 공통적으로 들은 말은 "우리에겐 소속 작가 생계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얘기였다. 한 갤러리스트는 소속 작가가 다른 걱정 없이 작품활동을 하는 수준을 손익분기로 잡고 있다고 했다. 갤러리 제반 비용을 제하고 남는 이익이 작가를 책임질 정도만 되면 더이상은 필요치 않다고 하기도 했다.

미술산업 내에서는 마더화랑을 통해 특정 작가 작품의 첫 거래가 이뤄지는 곳을 1차시장이라고 통칭한다. 이렇게 거래된 작품이 한번 더 거래되는 시장을 2차시장이라고 부르며 옥션회사를 비롯해 수많은 2차 재판매 갤러리들이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1차 시장을 기반으로 2차 비즈니스들이 파생되는 식이다.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마더화랑의 역할이 없다면 2차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미술시장은 아티스트들의 수고한 결과물이 컬렉터, 투자자, 관람객들을 통해 소비되는 시장이다. 작가가 없다면 미술시장 자체가 생겨날 수 없는 것처럼, 작가들을 발굴하고 내세워 시장에 선보이는 갤러리스트가 없다면 시장의 존립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미술 비즈니스의 기반을 조성하는 한국의 1세대 마더화랑들은 지금 2세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서있다. 가업을 물려받아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2세들은 여러방면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물려받은 화랑 브랜드의 정통성은 있지만 그 색을 고수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동시대 흐름에 발맞춘 미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생 갤러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대안공간이라는 이름의 '힙한' 경쟁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1세대 갤러리가 주는 오랜 명성은 있으나 이는 동시에 '올드한' 이미지의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경영 전면에 나선 2세 갤러리스트들의 나이대는 30~40대로 젊은 반면 해당 갤러리 브랜드 자체는 젊은 느낌을 전하기 쉽지 않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세들은 나름의 무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네트워킹, 정보 공유로 발빠르게 트렌드를 찾아가거나 작가들의 해외 교류를 고안해 글로벌 무대를 겨냥하기도 한다. 전문적인 작가 매니지먼트를 내세우는 이도 있다. 새로 갤러리를 만들어 도전적인 분야를 시도하며 차별화를 꾀하기도 한다. 모두 1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2세 갤러리스트들에게는 분명 신생갤러리들은 갖추기 어려운 안목이 있다. 지금은 거장이 된 한국의 주요 단색화 작가들은 2세 갤러리스트들의 어린시절 이름없는 젊은 작가, 부모님과 친한 삼촌 중 한명이었다고 한다. 거장의 그림과 함께 뒹굴며 자라온 시절은 값을 매기기 어려운 자산이다.

현재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미술은 '단색화'로 대변되는 흐름의 후속작을 아직은 찾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모호하다.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 이호재 가나아트갤러리 회장,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등 1세대 주역들의 뒤를 이어 후속작 타이틀을 거머쥘 2세 갤러리스트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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