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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메모리 레이스]엔비디아의 재촉, 빨라진 HBM4 시대영업·마케팅 '최고 경영진' 총출동, 전담 조직 확장

김도현 기자공개 2024-05-09 10:16:37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비디아가 촉발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전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일정을 앞당기는 등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양사 간 신경전도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고 주요 경영진은 경쟁 우위를 강조하고 나섰다.

◇갈수록 커지는 HBM 존재감, 세대교체 가속화

인공지능(AI) 시대에서 HBM의 영향력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다. 반도체 업계는 작년까지만 해도 전체 메모리 시장 내 HBM 비중이 크지 않다고 부연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앞다퉈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23년 8%에서 2024년 21%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5년에는 30%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출처 : 트렌드포스

가파른 수요 증가세로 HBM 몸값도 뛰고 있다. 현재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은 고객과 내년 HBM 물량에 대한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야기가 오가는 가격이 올해 대비 5~10% 인상된 것으로 전해진다. HBM 공급과잉 우려가 기우였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HBM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도 재고 확보를 위해 서두르고 있다. AI 반도체 내재화 흐름이 거세진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더욱이 협력사에 차세대 HBM 조기 양산을 요구한 상태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만난 젠슨 황 CEO가) 다음 제품이 빨리 나오게끔 우리 연구개발(R&D)을 서둘러 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젠슨 황 CEO와 관련 대화를 나눴다.

현시점에서 최신 HBM은 HBM3E(5세대)다. SK하이닉스가 먼저 8단 HBM3E 납품을 개시하자 삼성전자는 2분기 내 12단 HBM3E 양산을 예고하면서 맞받아쳤다.

이에 SK하이닉스는 2단 HBM3E 생산 시점을 당초 내년(4월 말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발표)에서 올해 3분기(5월 초 기자간담회 발표)로 일정을 조정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수개월 이상을 당긴 셈이다.


SK하이닉스 더 나아가 HBM4(6세대) 선점 의지도 드러냈다. 최근까지도 2026년 등장으로 알려졌으나 SK하이닉스는 12단 HBM4를 내년부터 출하하겠다고 정정했다. 16단 HBM4는 기존대로 내후년 양산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개발 완료, 2026년 양산한다는 HBM4 로드맵을 아직 바꾸지 않았다. 다만 고객 요청에 따라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시기에 HBM4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제덱(JEDEC) 기준 완화 등으로 HBM4까지 기존 패키징 방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HBM4 상용화 작업이 가속화했다"면서 "엔비디아, AMD,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의 요구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AI 메모리 전진 중" vs SK "세계 최고의 HBM 기술"

각사 경영진은 마치 자식 자랑하듯 자사 HBM의 우수성을 연일 어필하고 있다. 평소 외부에 메시지를 내지 않던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1분기 실적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우리 사업이 긍정적인 신호를 받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AI 기술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시의적절한 노력이 성과를 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 사장은 메모리 산업 선두주자로서 HBM 등 첨단 제품에 지속 투자해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지만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역량을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구성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례적으로 이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HBM 띄우기에 나섰다. 이날 행사는 국내에서 진행됐음에도 8곳의 외신이 참석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이 자리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메모리 불황기에도 언제 시장이 열릴지 모르는 HBM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면서 "내년 HBM 물량까지 거의 마감됐다"고 말했다.

김종환 SK하이닉스 D램 개발담당(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의 HBM 기술력을 갖고 있고 시장 전개 방향에 따라 최신 제품 개발과 양산을 전개하고 있다"며 "경쟁사도 인적, 물적 리소스가 충분한 만큼 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사는 전담 조직을 재편 및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개발 조직을 각각 HBM3E와 HBM4를 다루는 팀으로 이원화했다. 두 팀에 도합 수백명을 투입할 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말 조직 개편에서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비즈니스' 조직을 편제했다. 인원을 지속 충원하면서 전반적인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말까지 HBM 누적 매출이 각각 100억달러(약 13조6500억원), 150억달러(약 20조4800억원)로 추정했다. 200억달러, 300억달러 시대는 시간 문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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