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09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진그룹 계열사간 출자와 대여 등 자금 지원을 취재할 때 있었던 일이다. 지주사 한진칼을 포함해 계열사간 회사채 인수가 빈번한 점을 발견하고 공시를 참고해 전체 계열사의 회사채 인수 현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진에어는 2024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보유하고 있는 특수관계자가 발행한 회사채 잔액이 한진칼 30억원, 대한항공 50억원, ㈜한진 100억원이라고 밝혔다.하지만 ㈜한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진 회사채를 보유한 특수관계자는 정석기업(20억원)뿐이었다. 산 곳에서는 샀다고 하는데 판 곳에서는 판 내역이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진 측은 "단순 누락"이라며 "진에어가 증권사 위탁을 통해 공모사채를 매입한 건으로 진에어에서 (회사채 매입 사실을)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한항공은 상황이 더 심했다. 각 계열사 분기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대한항공 회사채 잔액만 진에어가 50억원, 한국공항이 80억원으로 합산 130억원이었다. 여기에 더해 정석기업도 일부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분기보고서에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회사채 합산 잔액이 12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마저도 합산 잔액만 공개할 뿐 계열사별 보유 잔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측은 "법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대적으로 우선 처리돼야 하는 내용만 120억원으로 표기한 것으로 누가 얼마를 보유하고 있다고 세세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며 계열사별 회사채 보유 잔액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한진그룹 전반에 걸쳐 계열사간 회사채 인수에 대한 회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분기보고서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하는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나 대기업집단 현황 공시에서도 한진그룹 계열사간 회사채 인수에 대해 일부 사례만 선택적으로 표기하거나 아예 표기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했다. 공정위에 이 내용을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유가증권 거래에서 주식, 채권, 기업어음(CP), 수익증권은 제외한다"였다.
계열사 회사채 인수도 특수관계자 거래다. 한진그룹 말대로 '단순 자금 운용' 목적일 수 있다. 하지만 회사채 인수는 출자와 대여처럼 현금을 이동시키는 통로가 된다. 출자와 대여가 공시사항인데 회사채 인수가 공시사항이 아니라면 이는 제도의 맹점이다. 회사가 현금을 제대로 분배하고 있는지 투자자가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때 발행사가 계열사를 끌어들여 금리를 낮게 발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전언이다. 한진그룹 측은 "계열사 매입 금액이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반박하지만 시장의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한진그룹의 적절한 공시 및 회계 관리와 더불어 공정위의 공시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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