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5일 07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SK실트론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며 가장 유력하게 이름이 올라온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있다. 바로 한앤컴퍼니(한앤코)다. 한앤코가 SK실트론을 인수하게 되면 열 번째 SK 딜이 된다. 그간 아홉 번의 거래는 SK가 한앤코에 자산뿐 아니라 그 이후의 경영 성과까지 믿고 맡겨왔다는 증거다.한앤코는 SK그룹의 일회성 매각 창구가 아니다. 거래가 반복된다는 건 그만큼 신뢰가 누적됐다는 뜻이다. 신뢰는 반복된 선택이 쌓여 만든 가장 단단한 결과다. 한 번은 시도지만 두 번은 선택이다. 세 번 이상 반복되는 거래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관계는 첫 시작부터 가벼운 건 아니었다. 한앤코는 2018년 3월 SK그룹이 운영하던 SK엔카직영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당시 SK가 보유하고 있던 오프라인사업부 지분 49%를 2200억원에 사들이며 물꼬를 텄다. SK엔카 인수를 시작으로 SK해운, SK D&D, SK에코프라임, SK마이크로웍스, 솔믹스, SK플라즈마, SK엔펄스 CMP패드 사업부, SK스페셜티 등 딜 중심엔 한앤컴퍼니가 있었다.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주체를 선택한 결과였다.
그 신뢰는 실적으로 입증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케이카(옛 SK엔카)다. 한앤코는 케이카로 브랜드를 리빌딩하며 인수 후 통합(PMI)의 첫 걸음을 뗐다. 인수 당시 5% 수준에 머물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2.3%까지 확대됐다. 단 6년 만에 매출은 두 배 이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33억원에서 1185억원으로 8.9배 증가했다. 이 딜은 단순한 회복이 아닌 기업가치의 재구성과 시장 내 위상을 다시 쓴 케이스로 평가받는다.
같은 해 인수한 SK해운도 신뢰를 입증하는 딜로 꼽힌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스팟 위주 비즈니스 모델을 탈피하고 장기 용선 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구조로 전환한 점이 PMI의 핵심이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는 해운산업의 인식 자체를 뒤집은 셈이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구조를 체질로 바꾼 이 딜은 SK해운의 체력을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EBITDA는 6379억원으로, 인수 당시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사업의 구조 자체를 바꾼 PMI의 정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열사를 매각하는 일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다. 오랜 시간 함께한 회사를 떠나보내는 결정에는 무게가 따른다. 그만큼 누가 인수하느냐는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선택이 된다. SK그룹 역시 기업을 넘기면서도 고용 유지와 사업 연속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한앤코는 그 전제 조건을 만족시켜오며 신뢰를 쌓았다. 그 신뢰는 말이 아니라 반복된 선택에서 드러난다. 결국 이 관계가 말해주는 건 단 하나다. PE의 신뢰는 결과에서 시작되며 성과 없이 반복은 없다는 점이다. SK실트론 인수로 열 번째 딜이 이어진다면 이 역시 오래된 신뢰의 연장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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