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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위협받는 한진칼]한진그룹, LS그룹과 혈맹…리스크 선제적 차단③'반 호반 전선' 단순 동맹 넘어 의결권 백기사…경영권 분쟁, 원천봉쇄 의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5-05-20 07:13:16

[편집자주]

한진그룹 지배구조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건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율을 늘리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양측간 지분율 격차는 단 1.5%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라며 경영권 분쟁 의도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재계에선 특정 이슈를 분수령으로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벨은 한진칼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고 양측간 분쟁 가능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07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과 LS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두고 ‘반 호반’ 동맹을 맺었다. 두 그룹 모두 호반그룹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상호 밀월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우호 지분 교환을 위한 첫발을 떼면서 혈맹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두 그룹은 호반과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하기 전 선제적으로 상호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호반그룹이 정기 주주총회 등을 통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거나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에 나서기 전 상호 백기사를 자처해 호반그룹을 견제하려는 포속으로 풀이된다. 사전에 호반그룹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책이란 평가다.

◇동맹 넘어 혈맹…상호 지분 확보 첫걸음

㈜LS는 지난 16일 채무 상환 자금 조달을 위해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교환사채는 발행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차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LS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2022년 산업은행에서 빌린 1005억원 중 일부를 갚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선 두 그룹의 교환사채 발행 및 인수는 ‘호반그룹 견제 차원의 동맹’으로 해석한다.

실제 양측은 이번 EB의 표면이자를 0.00%로 정하고 별도의 이자지급기일은 없는 것으로 합의했다. 통상적인 EB 발행 조건보다 이자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신 대한항공은 이번 EB를 인수해 5년 내 ㈜LS 주식 38만7635주(전체 주식의 1.2%)로 바꿀 수 있다.

이번 거래로 ㈜LS는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게 됐다. 현재 ㈜LS는 15.07% 수준으로 높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이 향후 1.2%의 지분을 확보하면 그만큼 LS그룹은 우호지분을 높일 수 있게된다. LS그룹 입장에선 유사시 대한항공을 우군으로 확보하는 카드를 마련한 셈이다.


◇핵심 자회사 통해 백기사, 의결권 방어력 강화

한진그룹으로서도 이번 딜을 통해 LS그룹을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양측은 지난달 25일 동반 성장,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과 협업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 대한항공이 ㈜LS EB를 인수하면서 동맹은 혈맹으로 진화했다. 이번 한진그룹과 LS그룹관 동맹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핵심 자회사가 상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해 백기사를 서는 형태로 동맹이 구축됐다는 점이다.

이번에 LS의 EB를 인수하는 것은 대한항공으로 한진칼 자회사다. 지주회사는 사업 성격과 자금력 등 측면에서 사업회사와 달리 맘 놓고 다른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사업회사는 단순 지분 취득 등에서 한결 수월한 측면이 있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나서 LS의 EB를 인수해 확실하게 백기사로 서기로 한 만큼 향후 LS그룹에서도 굵직한 자회사를 내세워 한진칼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당장 한진칼 지분 인수가 급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정기 주주총회 등을 대비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주목을 받는 곧은 LS전선, LS일렉트릭, E1 등이다. ㈜LS는 LS전선 지분 92.31%, LS일렉트릭지분 48.4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E1은 ㈜LS 자회사는 아니지만 LS그룹 핵심 계열사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개인회사 성격의 계열사다.

세 계열사 모두 한진칼 지분 인수 등에 나설 수 있는 충분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다. LS전선은 올 3월 말 연결 기준 총 788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LS일렉트릭의 보유현금은 8477억원으로 집계됐다. E1은 올 3월 말 연결 기준 1조573억원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반 호반그룹 전선…경영권 분쟁 원천봉쇄 의도

두 그룹 모두 호반그룹과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호반그룹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LS그룹 지주사 ㈜LS의 지분을 매집하면서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진과 LS 모두 철저한 대비를 위해 사전에 ‘반 호반 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LS그룹은 호반그룹과 사업적 갈등을 겪고 있다. 자회사 LS전선과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이 특허침해 문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매집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호반은 현재 ㈜LS 지분을 3%가량 확보하며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을 축적한 상태다.

LS그룹은 호반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비상이 걸린 상태다. LS그룹의 지주사인 ㈜LS의 경우 구자은 회장의 개인 지분이 3.63%에 불과해 외부 위협에 노출돼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하면 32.11%까지 지배력이 상승하지만 특수관계자 수가 45명에 달해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지 모른다.

한진그룹은 호반그룹과 사업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한진그룹에 대한 호반그룹의 공격은 한층 더 거세다. 호반은 한진칼 보유 지분율을 18.48%까지 끌어올리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호반은 과거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KCGI의 지분을 인수해 매년 경영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호반그룹의 행보도 공격적이다. 호반그룹은 지난 12일 한진칼 지분을 종전 17.44%에서 18.46%로 늘렸다. 그 결과 최대주주와 2대주주간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높다. 이번 호반그룹의 추가 지분 매입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호반그룹간 지분 격차는 1.50%포인트로 줄었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자의 지분 단순 합계는 총 19.96%다.

이처럼 LS그룹과 한진그룹 모두 호반그룹과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면서 동맹을 결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호 지주사 의결권 백기사를 자처하면서 주총 등에 대비하는 것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우호지분 등을 합해 각자 의결권 지분 과반을 확보할 경우 호반이 쉽게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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