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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우발채무 축소 '약'인가 '독'인가 금융위기 후 지급보증 축소...일감 기근 저가수주 내몰려

길진홍 기자/ 이효범 기자공개 2013-01-07 13:14:58

[편집자주]

건설업계에 장기 불황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외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업황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생존을 위한 사투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건설업계 재무여건을 살펴보고, 위기극복을 위한 운용전략 대해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07일 13: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왔다. 특히 자신들을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았던 우발채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축소는 곧 생존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지급보증 해소에 매달렸다.

다수의 건설사가 부실 PF 사업장을 정리하거나 대위변제를 통해 자체사업으로 전환했다. 지급보증을 수반한 주택사업 신규 수주는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그사이 PF 대출이 줄면서 우발채무 현실화 위험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현금 확보에 주력해 펀더멘탈도 개선됐다. 외생변수로 인한 재무구조 훼손 가능성을 크게 줄여 놓은 셈이다.

PF 대출 감소는 그러나 업계에 일감 확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주택부문 축소로 줄어든 일감을 관급공사와 해외사업으로 메웠다. 생존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국내외 현장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런 노력으로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주잔량이 급증했다.

◇상위 10위권 건설사 PF 대출 14.5조...금융위기 후 5조 증발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이내 대형건설사들의 PF 대출잔액 합계는 2012년 9월 말 현재 14조5732억 원이다. 작년 연초대비 10.7%(1조7442억 원) 줄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건설, SK건설 등이 PF 대출을 1조 원 아래로 떨어뜨렸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도 규모가 줄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PF 대출잔액이 2736억 원에 불과했다. 자체사업 중심의 주택사업에 주력한 탓이다. 반면 롯데건설과 두산중공업은 잔액이 소폭 증가했다.

시간을 거슬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올라가 보자.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이들 건설사 PF 대출은 20조 원을 웃돌았다. 최근 4년간 5조4412억 원의 PF 대출이 증발했다. 특히 당시 과도한 우발채무로 홍역을 치렀던 GS건설과 대림산업이 각각 2조 원이 넘는 지급보증을 해소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우발채무는 재무건전성의 척도로 인식됐다. 대부분 건설사가 주택사업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 악성 PF 사업장의 시행사 부채를 대신 갚고 자체사업으로 전환하는 일이 잇따랐다. 일부는 책임준공, 미분양담보대출 확약, 조건부 채무인수 등의 유사 신용보강으로 지급보증을 해소했다. 우발채무는 이렇게 감소하거나 감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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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표면상으로 PF 대출이 더는 건설사 재무건전성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이전처럼 PF 대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다수의 건설사가 금융위기 학습효과로 이미 면역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들은 우발채무 현실화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현금을 비축해 두고 있다.

하지만 PF 대출을 줄였다고 해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우발채무 감소에도 불구 운전자본 적체로 인한 현금흐름의 악화와 이를 메우기 위한 부채 증가, 차환리스크 등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일감 부족에서 오는 영업이익 감소는 업계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발채무 감소는 바꾸어 말하면 먹거리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행사로부터 지급보증 대가로 따온 도급사업이 감소한 것이다. 그렇다고 자체사업을 무한정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경우 선택의 길은 두 가지이다. 문을 닫거나 대체 일감을 확보하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다수의 주택전문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 길을 걸었다. 대형건설사들은 다행히 살아남았다. 부족한 일감을 관급과 민간건축, 해외사업에서 충당했다. 그러나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가수주는 수익성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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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업보고서)

◇수주잔량 급증…영업이익률 반토막

2012년 9월 말 현재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대형건설사들의 공사잔량 총액은 250조1100억 원이다. 금융위기 직후에 비해 무려 55조 4512억 원이 늘었다. 특히 해외사업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해외사업 수주잔량은 74조4344억 원(두산중공업 제외)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 말 해외사업 수주잔량은 42조6536억 원이었다. 해외사업 비중이 지난 4년간 8%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관급공사와 민간부문 비중은 각각 4% 포인트씩 감소했다. 이는 대형건설사들이 PF 사업 축소로 인한 수주 감소분을 주로 해외에서 메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규모 해외사업 수주가 잇따르면서 공사잔량이 오히려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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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업보고서)

반면 영업이익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부분 건설사가 원가율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반토막 났다. 상위 10위권 대형건설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2년 9월말 현재 4.77%로 5%대를 하회한다. SK건설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42%에 그쳤다. 금융위기 전 86.1%에 달하던 원가율이 93.6%까지 치솟았다. 수주 확대로 매출이 늘었지만 높은 원가율 탓에 다들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주택을 대신해 원가율이 높은 해외사업 의존도가 커지면서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기존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산술적으로 영업이익률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에 두 배 이상의 공사물량을 확보해야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수주잔량을 단기간 내 큰 폭으로 늘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건설수주 물량은 지난 수년간 매년 110조 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해외에서는 수주텃밭인 중동지역에 중국 등 외국계 업체가 몰리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융위기 이후 매년 수주잔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도 불구 이익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일감 확보를 위한 저가수주로 원가율 상승→영업이익률 하락→수주확대 정책→ 수익성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건설사 재무담당 임원은 "건설업계는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른 차원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우발채무 감소에도 불구 생존을 위해 일감확보와 수익성 향상을 고민해야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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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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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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