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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과 특례상장, 제도와 현실의 괴리

박상희 기자공개 2013-04-10 08:50:49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0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심사는 세 팀이 나눠서 담당한다. 일반 기업이 예비심사를 청구하면 랜덤으로 상장심사를 맡을 팀을 정한다. 전문성 강화와 효율성을 위해 업무를 분담한다. 1팀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 2팀은 특례상장, 3팀은 외국기업 상장을 각각 담당한다.

그러나 현재는 업무 분담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시도나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 건수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특례상장을 노리는 기업은 많지만 아직까지 예심청구가 본격화 하지는 않은 모양새다.

스팩은 2009년 비상장우량사를 증권시장에 입성시킬 목적으로 탄생한 기업인수목적 회사다. 국내 증권사는 기업공개(IPO)와 합병 업무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하며 우후죽순 스팩 설립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이후 상장된 스팩 22곳 중 합병에 성공한 곳은 고작 6곳뿐이다. 대부분 3년 안에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고 청산 절차를 밟았다. 야심찬 출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상장 실적이 초라하기는 특례상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기술평가 상장 특례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10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바이오 업종에 편중돼 있다. 지난 2011년 말 디엔에이링크 이후 1년 넘게 상장 소식이 없다가 올해 처음으로 코렌텍이 상장에 성공했다.

스팩과 특례상장 모두 코스닥시장본부의 일반적인 상장 심사를 거쳐 상장하기에는 상장 요건이나 실적 등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기업의 상장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특히 특례상장의 경우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기술력만 인정 받으면 회사 설립 연수나 자기자본요건 등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실적이 적자여도 관계 없다. 실적이 전년 대비 조금만 고꾸라져도 심사에서 미끄러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원인이 뭘까. 관련업계는 제도의 취지와 현실 간의 괴리감을 이유로 든다. 제도 설립 취지 자체는 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이 높다고 생각되는 기업들에게 문턱을 낮춰주자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스팩은 초기에 자본환원률을 10%로 올리면서 많은 잡음을 낳았다. 결국 업계의 성화에 못이겨 당초 5%로 회귀했지만 스팩 합병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또 스팩의 주요주주인 자산운용사들이 스팩 합병보다 청산을 선호하면서 합병에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히든챔피언스팩1호와 환경에너지 전문업체 엔바이오컨스의 합병 시도가 대주주인 운용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스팩이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경우가 많은데, 청산 절차를 밟으면 은행이나 신탁운용사 등에 예치해 둔 자금을 그대로 돌려받고 이자수익까지 거둘 수 있으니 운용사들로선 청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례 상장 역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어떤 기업은 2번 이상 기술성 평가에서 미끄러진 경험을 이야기하며 차라리 몸을 만들어 코스닥 상장 심사를 받는게 낫겠다고 성토한다. 평가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다.

당국은 스팩이나 특례상장 등 제도를 마련해 상장 문턱을 낮춰줬다고 흐뭇해 하겠지만, 정작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현저히 다르다.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좁힐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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