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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오 형지 회장, '2세 승계' 포석 마쳤다 2세 지분율 높은 형지리테일에 그룹 핵심사업 몰아줘

장소희 기자공개 2014-02-11 08:15:49

이 기사는 2014년 02월 06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이하 형지) 회장이 여성복 브랜드 사업 등 그룹 핵심사업을 2세들에게 물려줄 포석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계열사 우성아이앤씨를 앞세워 사업재편에 열을 올린 것도 결국은 사업권을 승계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6일 패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009년 11월부터 자신이 지분 전량을 들고 있는 그룹 핵심 계열사 '형지크로커다일'의 사업권을 또 다른 계열사인 '형지리테일'로 순차적으로 넘겼다. 이전된 사업권은 형지크로커다일의 홈플러스 직영매장을 제외한 대리점과 아웃렛매장 사업권 모두가 포함된다.

사업권 이전이 이뤄진 첫 해인 2010년 형지크로커다일은 유동자산 42억 원을 포함해 총 50억 원에 달하는 자산이 줄었다. 반면 부채는 38억 원 가량 늘었다. 형지리테일에 사업권을 넘기기 전 244억 원에 가까웠던 이익잉여금은 156억 원으로 88억 원 줄었다.

실적에 타격이 가해진 것은 당연했다. 2009년 507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형지크로커다일은 사업권을 대거 넘겨주고 164억 원 매출에 영업손실 2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무려 93억 원이 줄어든 수치다.

이듬해인 2011년에도 유동자산과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 과정이 이어졌다. 2010년 대비 유동자산과 이익잉여금이 각각 125억 원, 8억 원 줄었다. 동시에 매출은 전년 대비 70억 원 줄어 95억 원 규모가 됐고 영업손실도 이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최 회장이 인수한 여성복 회사 '에모다'에 흡수합병되기 이전까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2년부터 형지크로커다일은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영업손실금만 12억 원 가량 안고 있었다. 이로부터 약 1년 뒤 에모다에 흡수되기 직전 형지크로커다일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셈이었다.

반면 형지리테일은 사업권을 넘겨받아 94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를 2010년 기준 589억 원으로 키웠다. 16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105억 원까지 커졌다. 이듬해 745억 원까지 커진 매출액은 2012년 790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형지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에는 영업이익이 150억 원을 넘어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형지크로커다일 매출 추이
형지리테일 매출 추이

이처럼 최 회장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형지크로커다일을 버리고 형지리테일을 키운 데에는 2세 승계 문제가 연관돼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형지크로커다일의 경우 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안정적으로 경영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향후 최 회장의 1남1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막대한 세금이 부과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 까닭에 최 회장은 형지그룹 계열사 중 기존에 2세들이 지분을 일부라도 보유하고 있는 형지리테일에 사업권을 넘기기 시작했다. 사업을 넘겨받기 직전해인 2008년 형지리테일(당시 형지끌레몽뜨)은 최대주주 최 회장(지분율 49%) 외에 최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 씨가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장남 최준호 씨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 인수가 이뤄진 시점과 맞물려 최준호 씨도 지분 확보에 성공했다. 형지리테일 주식 3만6000주(지분율 20%)를 획득하며 단숨에 3대 주주가 됐다. 여전히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패션그룹형지는 최 회장 손에 있지만 알짜 사업권을 가진 계열사가 2세들 소유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한 최혜원 씨와 최준호 씨는 현재 각각 형지와 우성아이앤씨에 근무하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5년 간의 치밀한 사전작업을 통해 최 회장은 2세 승계의 포석을 대부분 마련했다는 평가다. 아직 최 회장이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하고 있어 완벽하게 승계작업을 마무리하기까지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승계작업은 이미 끝냈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남 주기 아까운 사업을 계열사로 넘기는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고 이중 경영권 승계와 연결된 경우도 많다"면서 "형지의 경우 현재로선 아들보다 딸의 지분율이나 영향력이 큰 상황이라 이 둘의 경영권 양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지리테일 지분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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