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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원화채 쏠림‥차입선 다변화 퇴보 올해 KP만기 4억불, 원화채로 상환…외화차입 규제로 조달안정성↓

임정수 기자공개 2014-09-18 10:11:31

이 기사는 2014년 09월 15일 1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캐피탈의 원화채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여전사 외화차입 규제를 맞추기 위해 본격적으로 해외채권(KP) 발행을 줄이면서 원화채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꾸준히 만들어 온 외화차입선 다변화의 성과들이 퇴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올해 초 5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권을 발행한 이후 계속 원화채만 발행하고 있다. 올해 12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만기가 돌아오지만 허용된 추가 발행 규모는 3억 달러에 불과하다. 나머지 4억 달러는 보유 현금이나 원화채로 충당해 갚아야 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연간 4조~5조 원이던 원화채 발행액이 6조~7조 원 수준으로 늘었다"면서 "외화 비중을 줄이는 대신에 원화채 조달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총 12억 달러의 외화채권 만기가 돌아오지만 추가로 3억 달러 정도만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전사에 적용되는 외화차입 규제를 맞추기 위해 조달 수단을 원화채로 돌린 결과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여전사가 발행하는 외화차입을 2016년까지 전체의 20% 이내로 줄이도록 했다. 지난해 말 현재 현대캐피탈의 전체 차입 중 외화차입 비중은 34% 수준. 올해 연말에 32%, 내년에 25%, 2016년에 20%로 단계적으로 외화 비중을 줄여 나가야 한다.

여기에 여전사 차입을 제한하는 레버리지 규제까지 더해져 원화채 발행을 대규모로 늘려 외화채 비중을 줄일 수도 없다. 규제 수준을 맞추려면 만기 도래하는 해외채권을 원화로 조달해 상환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 등 해외 지점들이 늘어난 자산을 담보로 현지에서 발행하던 자산유동화증권(ABS)도 마찬가지다. 외화로 발행하는 ABS도 외화차입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해외 법인의 차입 수단이 일부 은행권에 한정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대캐피탈은 2005년부터 해외차입선 다변화를 시도해 왔다. 회사 덩치가 커지면서 기발행한 원화 채권 규모가 국내 여전채 시장의 30%를 넘어설 정도로 확대돼, 국내 채권시장이 경색될 경우 자금조달 안정성이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던 시점이었다.

그동안 거둔 성과는 민간 금융회사나 기업들을 통틀어 가장 화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채권을 시작으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달러로 발행되는 유로채권, 유럽시장에서 발행하는 유로화채권, 스위스프랑채권, 호주에서 발행되는 캥거루본드 등 대부분의 시장에서 외화 조달에 성공했다. 해외채권을 발행하면서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미국과 영국, 중국 등 해외 현지 법인의 자금 조달과 시장 개척에 첨병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총량 규제 방식의 외화차입 규제를 고수하면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05년부터 힘겹게 기반을 닦아 온 차입선 다변화가 퇴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자칫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조달 비용이 오르는 것은 물론, 자금조달 안정성도 상당히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계 카드사의 진출로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여전채 시장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체의 20%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여전채 잔액 80조 원 중 17조~18조 원 가량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채권이라는 얘기다. 국내 채권시장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차환 리스크에 크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신용평가사들도 외화차입 규제가 현대캐피탈의 조달 안정성을 떨어트려 전체 신용도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줄여야 하는 외화채권이 더 많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의 여전채 시장 내 비중은 더 확대될 것"이라며 "차입선 다변화를 통해 얻은 자금조달 안정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의 성과와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가 퇴보하거나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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