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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은행권의 신경전, 최후의 승자는 [thebell note]

임정수 기자공개 2014-11-10 11:02:51

이 기사는 2014년 11월 04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금융회사의 한 임원이 KT ENS 사태 이후 KT와 은행권 간 신경전을 목도하면서 내린 관전평이다.

KT ENS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은행들이다.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이 총 1조 원 이상을 대출해 주고, 아직도 2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에 관여한 수십 여 명의 임직원은 징계도 감수해야 했다.

은행들은 화살을 KT에게 돌렸다. KT ENS에 대한 '꼬리 자르기'는 상 도의상 명백한 KT의 잘못으로 여겼다. KT ENS를 법정관리로 보내지 않고 소송으로 잘잘못을 따졌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후로 KT를 압박하는 은행들 간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됐다. 은행을 물 먹인 기업에 따끔한 맛을 보여 주기 위한 연합전선이 구축된 것이다.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하나은행이 앞장섰다.

하지만 KT는 건재했다. 특별 명예퇴직금 지급 등으로 1조 원 이상의 추가 자금 소요가 발생한 KT는 간접금융 대신에 직접금융을 선택했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속속 낮은 금리로 조달해 냈다. 연초에는 미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달러 채권을 저리로 발행하는 저력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KT는 하나대투증권과 KB투자증권 등 관련 은행 계열 증권사들을 대부분의 딜(deal)에서 배제했다. 은행권 압박에 대한 일종의 응수다. 이 같은 대치 상황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은행과 계열 증권사 내부에서 볼멘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압박의 효과는 없는데 수십 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거대 기업 KT와의 거래 관계는 완전히 차단돼, 결국 우리 손해 아니냐는 얘기들이다.

급기야 금융회사 임원의 관전평대로 '죄수의 딜레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느 한 은행이 먼저 암묵적인 담합을 깨고 KT와 손을 잡으면 현재 입장을 고수하는 나머지 은행의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게임이론에 등장하는 죄수의 딜레마는 결국 각자의 죄수가 모두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 모든 죄수가 죄를 자백하게 된다. 어느 한 명의 죄수라도 죄수들끼리 모의한 담합을 깨고 자백할 경우 나머지 자백하지 않는 죄수에 대한 패널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죄수 간 담합은 결국 깨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에 대입해보면 KT와 은행간 싸움은 결국 KT의 승리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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