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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회장 땅 매입 이유 왜 숨기나 [thebell note]

김장환 기자공개 2015-01-29 08:28: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28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습니다", "담당자가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제가 왜 대답을 해드려야 하죠."

영풍제지가 지난해 상반기 이무진 대표이사 회장 개인소유 토지를 매입한 배경에 대해 최근 취재하던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가 내놓은 대답이다. 관계자들과 십 수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 하나 같이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지난달 영풍제지는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이 회장 보유 토지를 36억 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와 거래에 관한 사안'에 숨겨져 있던 내역이다. 거래일자는 지난해 5월 27일~6월 2일 사이다.

이 회장 토지를 영풍제지가 왜 사들인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확인되는 부분은 토지 매입에 들인 자금이 자산총액(9월 말 1171억 원) 대비 3%에 달하는 수준이란 정도다.

우선 회장의 개인 토지를 샀다고 해서 이것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회사의 영업상 혹은 영리적 목적을 위해 사들인 것이라면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다만 특수관계자의 사유재산을 매입한 것인 만큼 따져봐야 할 여러 가지 요인들은 있다. 기본적으로 가격이 과연 합리적이었는지 봐야 한다. 회사의 의사결정 권한을 지닌 내부자와 거래이기 때문에 실거래가보다 고가에 매입해준 것은 아닌지 감정가 대입이 필요하다.

회사의 실제 필요에 의해 토지를 사들인 것인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라면 이로 인한 손해를 주주들에 전가시켰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만약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면 경영진의 배임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사실 이번 부동산 거래가 눈길을 끄는 건 영풍제지가 이전부터 개인 최대주주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해왔기 때문이다. 제지업종 불황에 따라 수익성이 급감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무리한 고배당을 이어왔다. 최대주주 노미정 부회장에 대한 우회지원 목적으로 해석됐다.

노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말 남편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영풍제지 주식 전량(123만5182주)을 증여받았다. 증여세로 90억 원 가량을 납부했고, 필요 경비는 거액의 주식담보대출로 마련했다. 아직까지도 노 부회장 보유 지분의 92%가 101억 원대 대출금 담보로 제공돼 있다.

증여 시기에 맞춰 영풍제지는 '폭탄 배당'을 시작했다. 2012년 순이익 82억 원을 기록한 이듬해 37억 원대 배당을 실시했고, 2013년 순이익이 36억 원으로 줄었음에도 지난해 37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100.05%. 노 부회장은 이를 통해 2년 간 42억 원대 배당금을 받아갔다.

실적 부진에도 이어진 고배당은 회사 '곳간'을 텅텅 비게 만들었다. 2012년 말 218억 원에 달했던 현금성자산은 이듬해 120억 원으로 반토막 났고, 지난해 9월 말에는 현금이 45억 원까지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최근 유동성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주주를 향한 무리한 지원 탓이다.

이처럼 그동안 이어진 과도한 특수관계자 지원은 이 회장의 토지 매입 역시 비슷한 의도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소액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주주들 입장에서는 명쾌한 소명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영풍제지는 여전히 답변을 거부하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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