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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 이슈 대처, NICE·한기평 '부실' 한신평 '굿' NICE·한기평 속도경쟁 매몰 '형식적'…한신평, 해외사업장 전반 점검

황철 기자공개 2015-01-30 10:10:01

이 기사는 2015년 01월 28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림산업이 연쇄적인 해외사업 원가손실로 대외신인도에 다시한번 치명타를 입었다. 건설업계에서 재무관리에 가장 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터라 크레딧 시장의 실망감이 더욱 컸다. 신용평가사도 일제히 예상 밖의 부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대림산업 실적 쇼크에 대한 대응에는 평가사별로 차이가 있었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한발 빠른 입장 정리로 초동 대처에 나섰지만 내용은 형식적인 데 그쳤다. 기업의 크레딧 분석보다는 다분히 자사 신용등급의 논리를 세우는 정도에 그쳤다.

반면 한국신용평가는 타사에 비해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부실의 원인과 타 사업장으로의 전이 가능성 등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같은 사별 대응방식의 차이는 "과연 신용평가의 정보 가치가 '속도'에 있느냐, 크레딧 분석의 질에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속도가 먼저냐, 분석의 질이 먼저냐

대림산업은 최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해외프로젝트 원가율 조정 등으로 지난해 4분기 2227억 원의 영업손실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3분기에 이은 대규모 손실로 연간 당기순손익도 441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나타냈다.

특히 대림산업 해외 플랜트 사업 부실액은 2013년 5359억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3분기 3364억 원, 4분기 3907억 원으로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총 3번의 부실액은 1조2630억 원에 달한다.

사업·재무관리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대림산업의 평판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신용평가사가 이구동성으로 대규모 손실에 대한 실망감과 추가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이유기도 했다.

신용평가 3사는 "4분기 영업실적이 예상에 비해 저조하지만 지난해 선행한 신용등급 하향을 감안해, 추가 등급이나 아웃룩(Outlook)의 조정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드러냈다.

스페셜 코멘트를 통해 현재 신용등급의 적합성과 방향성을 설명하는 데까지는 3사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만한 이번 신용이슈의 본질 즉, 해외 사업장 현황과 추가 부실 가능성에 대한 분석에는 현격한 품질차가 났다.

언제부턴가 신용평가사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속도경쟁에서는 NICE신용평가가 가장 빨랐다. NICE신평은 잠정실표 당일인 22일 대림산업의 실적 공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실적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한 한 장 짜리 페이퍼였다.

그 안에는 중동 공사현장의 추가 원가율 조정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는 소식과 추가 부실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원론적 내용이 담겼다. 해당 사업장이 어디였는지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해 신용등급이 하락한 이력을 보여줬을 뿐 현재 등급이 적정한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사실상 NICE신평이 이번 크레딧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정도를 피력하는 데 그쳤다.

다음날 한국기업평가 역시 스페셜 코멘트를 냈지만 알려진 사실 이외 특별히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 한기평은 한 장의 페이퍼에 대림산업 잠정 실적과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을 간략히 소개했다.

이번 부실 사업장의 개략적인 추이와 현재 신용등급의 적합성에 대한 언급이 추가된 것은 NICE신용평가에 비해 그나마 진일보했다. 그러나 부실의 내용은 시중에 알려진 정도에 그쳤고 시장에서 궁금해 할만한 타 사업장의 추가 손실 인식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손실 발생 사업장의 잔여 공사에서 추가 원가 상승이 발생하거나, 여타 해외사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손실 요인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로 오히려 궁금증만 더 키웠다. 금투협 등 시장 전문가 대상 서베이에서 가장 신뢰받는 신평사라는 평을 무색하게 할 만큼 내용이 빈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정보제공 선행돼야

반면 한국신용평가는 타사에 비해 속도는 뒤쳐졌지만 내용 면에서 가장 충실한 분석이 이뤄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신평은 잠정실적 발표 5일 후인 27일에야 입장을 드러냈다. 단일 발행사의 연이은 신용 이슈에 최대한 신중한 접근이 이뤄졌다는 것을 시간적으로도 보여줬다.

타사에 비해 보고서는 두 배로 내용이 늘었고 대림산업 해외 사업장 전반에 대한 개략적인 점검이 이뤄졌다. 우선 이번 추가 부실과 관련해 "사우디 이민정책 변화에 따른 공기 지연과 인건비 상승이 주 원인"이라며 "완공이 임박한 시점에 인력 투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특성으로 손실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을 시작했다. 또 쿠웨이트의 경우 발주처가 기존에 승인했던 하도급 업체를 취소하면서 교체 비용과 공기 지연이 발생했다고 사업장별 원인을 파악했다.

특히 이번 부실과 연관성이 높은 사우디 9개, 쿠웨이트 4개 사업장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졌다. 한신평은 "사우디에서 총 9개 플랜트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이중 5개 현장에서 이미 1조282억 원의 손실을 반영했다"라며 "손실이 발행하지 않고 공정률이 90% 이하인 현장은 1곳에 불과해 추가 부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계약 잔액이 아직 1조 원이나 남아 있고, Maaden Ammonia 공사의 경우 인력 투입이 극대화하는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원가 변동이 우려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신평은 사우디·쿠웨이트 이외의 지역까지도 관심을 넓혔다 오만 등 중동에 약 1조원, 중국·필리핀 등에 약 1조 9000억 원의 계약 잔액이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계약 시점, 과거 실적, 도급 원가 계상 내역 등을 기초로 판단할 때 수익성이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실적이나 돌발적인 이슈에 발 빠르게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신용등급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다"라며 "하지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는 웬만큼 추정이 가능한 신용등급 방향보다는 크레딧 이슈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과 분석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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