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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잡은 오릭스, '구조의 승리' 현대그룹과 중·후순위 투자확약 전략 주효

한형주 기자공개 2015-02-05 14:26:17

이 기사는 2015년 02월 03일 09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6일 현대증권 본입찰에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이하 오릭스PE)가 써낸 가격(1조 800억 원)은 경쟁자인 파인스트리트보다 500억 원가량 높았던 걸로 파악된다. 1조 원대 거래에서 500억 원이면 그리 큰 격차로 보기 어렵다. 비록 낮게 쓴 쪽이라도 딜 클로징 능력 등 기타 우위로 충분히 판도를 뒤집을 수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 오릭스PE가 파인스트리트를 누를 수 있었던 건 결국 인수구조의 차이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제 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터라 추후 변동의 여지는 있지만, 오릭스PE는 일단 사모투자펀드(PEF) 2개를 만들어 현대그룹 및 자베즈파트너스 등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지분율 36.85%)을 나눠 사들일 방침이다. 먼저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22.43%) 그리고 현정은 회장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0.15%)을 합친 22.58%를 인수할 66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한다. 나머지 자베즈(9.54%)와 나타시스은행(4.74%) 보유분을 매입할 펀드는 4200억 원 규모로 조성된다. 총 1조 800억 원(36.86%)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첫번째 펀드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나 배당에 있어 출자자(LP) 간 선·중·후순위로 구분되는데, 현대상선이 약 2000억 원, 오릭스(본사 또는 해외 계열사)가 1800억 원어치를 출자 확약(LOC)해준 점이 특징이다. 전체 운용자산(AUM)의 60% 가까운 물량에 대해 오릭스와 현대그룹이 중·후순위 투자자로 직접 참여함으로써 펀드 뒷단을 확실히 받쳐준 것이다. 이 부분이 파인스트리트가 제안한 인수구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사실 선순위 자금조달 증빙만 놓고 보면 오히려 파인스트리트가 오릭스PE보다 유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파인스트리트가 웬만한 국내 연기금·공제회들로부터 골고루 투자의향서(LOI)를 받아놓은 데 비해 오릭스가 확보한 선순위 투자자는 새마을금고, 우리은행 정도에 불과했다. 얼핏 보면 굴지의 큰 손 기관들이 앞다퉈 LOI를 끊어준 파인스트리트 쪽이 모양새는 더 그럴 듯했다.

이런데도 오릭스PE가 우선협상자로 낙점됐다는 건 그만큼 선순위 LOI가 이번 인수전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방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두 후보 중 유력 인수자가 가려진 바, 당초 파인스트리트에 투자하려던 LP들도 얼마든지 오릭스로 출자 대상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의 승부를 가른 결정타는 중·후순위 투자구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오릭스PE는 현대증권 인수 시나리오에 현대상선 후순위 출자를 포함시킴으로써 현대그룹에게 재투자 기회를 열어줬다. 동시에 5년 뒤 현대증권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권리(콜옵션)와 더불어 지분 매각시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앵커 LP로서 중순위 투자를 맡았다. 중·후순위 투자건 모두 LOC를 발급, 본입찰 때 제출했다. 반면 파인스트리트는 해외 투자자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펀드에게 자금을 유치하면서 LOC까진 받아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오릭스PE는 남은 펀드자금 모집에도 큰 난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총 40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현대그룹과 함께 중·후순위 형태로 깔아놓은 점이 LP들에게 안도감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 오릭스는 AUM에서 선순위 지위를 갖는 2800억 원어치를 연기금 및 공제회로부터 추가 출자받을 계획이다. 선순위 LP의 보장수익률은 은행 인수금융 대비 약 1%p 높은 연 6%대로 알려져 있다.

LP들은 오릭스PE가 인수한 현대그룹 보유지분(22.58%)을 나중에 되팔더라도 원금(2800억 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중순위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 수준을 감안한 선순위 멀티플은 대략 0.4배. 에퀴티 투자지만 LP 입장에선 '선순위가 안전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평이다. 거래 관계자는 "현대증권 주당 매입가(1만 2400원)의 시가(2일 종가 기준 7510원) 대비 할증폭만 놓고 보면 오릭스가 지분을 꽤 비싸게 사는 것 같지만, 선순위자들이 볼 땐 그리 위험한 에퀴티 투자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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