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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자산운용의 고민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15-03-25 15:12:06

이 기사는 2015년 03월 23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년 펀드 성과로 어떻게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죠?"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에게 지난해 탁월한 수익률을 올린 것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1년 성과로 잘했다고 평가하는 언론 인터뷰가 부담스럽다는 의미였다. 이어 단기성과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조금 못했다고 질타하는 투자자와 언론의 태도가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투자 원칙 중 가장 핵심은 '장기투자'다. 그 철학을 지키기 위해 매매회전율을 타 운용사 대비 낮은 50% 이하로 유지하고 있고, 틈만 나면 투자자들과 만나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존 리 대표는 장기투자 철학이 우리 펀드시장에는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자산운용사들은 물론 판매사, 투자자들까지 너무 단타 문화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펀드 투자자들이 미국 투자자들보다 단기 수익률에 민감하고, 잦은 환매로 자금 유출입 변동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국의 공모 주식형펀드 자금유출입 변동폭은 미국보다 최대 16배 컸고, 이는 전월 주식시장 수익률과 상관관계가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의 펀드 자금 유출입은 주식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단기투자 관행을 비단 투자자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금융투자업계 환경이 단타문화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판매사들이 내놓는 추천펀드는 주식시장 환경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자산운용사들은 패션 브랜드처럼 유행에 따라 펀드를 출시하고 버리기를 반복한다. 투자자들은 '마이너스'에 대한 공포감으로 단기투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관행이 됐고, 이는 문화처럼 자리잡은 셈이다.

물론 단기투자가 마냥 나쁘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투자는 도박이 아니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좋은 기업을 골라 수확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투자가 안착하지 않는 펀드 시장에서는 명품펀드가 나올 수 없다. 또 월 단위, 분기 단위 성과평가 시스템에 쓸데없이 매매회전률만 높아지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되는 현상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장기투자에 대한 고민을 단순히 한 운용사, 또는 한 개인의 문제로 쉬 넘길 일이 아니다. 50년이 다 돼 가는 우리나라의 펀드시장 역사 속에 워렌버핏과 같은 투자 대가가 없고 마젤란펀드와 같은 명품펀드가 없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투자에서도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자산운용사들은 올바른 운용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하고 투자자들은 단기성과에 급급한 투자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메리츠운용의 고민은 금융투자업계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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