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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의 애경, 만년 2등 트라우마 떨쳤다 대형 항공사 벤치마킹없이 독자성장...내달 상장으로 10년 인고 '결실'

민경문 기자공개 2015-10-26 06:30:00

이 기사는 2015년 10월 23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은 재계 50위권의 대기업 집단이지만 아직까지 '마켓리더'로 불릴 만한 계열사는 없었다. 70~80년대 화장품업계를 주름잡았지만 지금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에 밀려난 지 오래다. 1990년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경영일선에 참여하면서 AK백화점 등 유통업에 진출했지만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2010년에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AK면세점을 호텔롯데에 매각하기도 했다. 애경화학, 애경유지공업, AK켐텍 등이 중심이 된 화학사업의 경우 시장 지위가 여전히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제주항공 역시 처음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제주항공이 흑자로 돌아선 건 2011년부터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000억 원과 600억 원을 넘을 전망이다. 결손금은 이미 상반기에 전부 메웠다. 올해 9월 말 기준 제주항공의 LCC업계 점유율은 30%를 넘어 단연 수위를 달리고 있다. 애경으로선 유일한 업종 1위 계열사가 제주항공인 셈이다.

애경그룹은 그 동안 계속되는 제주항공의 적자에도 불구,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유상증자 등으로 쏟아 부은 돈만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의 하반기 기업공개(IPO)는 그 결실인 셈이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LCC후발주자인 제주항공의 성공 비결로 모기업의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을 꼽기도 한다.

제주항공에 대한 애경그룹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지금도 경영진 가운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출신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대형 항공사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성장해 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회의 시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사례를 거론했다가는 임원들조차 혼이 나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국적항공사를 벤치마킹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경영진의 확고한 입장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연일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중인 제주항공과 달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나란히 영업적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에어부산에 이어 에어서울이라는 저가항공사를 추가 런칭하기도 했지만 제주항공을 견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최근에는 현직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제주항공의 승무원 모집에 대거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싱가포르항공과의 자본유치 거래는 제주항공을 바라보는 애경그룹의 시각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였다. 협상이 수 개월간 진행됐지만 딜은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무산됐다. 글로벌 '톱티어' 급 싱가포르항공의 운항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싼 가격에 제주항공 지분을 절대로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은 확고했다. 그동안 거액의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다수의 사모투자펀드(PEF)에도 모두 냉담했던 제주항공이었다.

애경의 자부심은 사명 결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상장 이후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의 사명을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AK제주항공으로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애경보다는 제주라는 이름이 더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판단 하에 제주항공이라는 사명을 그대로 사용키로 했다. 주요 주주인 제주도민의 입장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철저하게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었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중 처음으로 내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달 21일과 22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며 26일에 최종 공모가가 확정될 예정이다. 공모 희망가격은 주당 2만 3000원~2만 8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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