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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미션 '현대글로비스 가치 높여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점검]②일부 지분 처분해 규제 탈피, 일감 늘려 가치 증대 '가속'

박창현 기자공개 2015-12-09 08:27:41

[편집자주]

정몽구 회장의 장자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적통 후계자다. 후계자는 조용히, 하지만 주도면밀하게 가업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선 시대가 멀지 않았다. 가속도가 붙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분석하고 후계 승계 방향을 중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4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여전히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순환 출자의 핵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연결고리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기아차가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적통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이 매입하면 된다.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분 매입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3일 현대모비스 종가(24만 1500원) 기준으로 해당 지분 가치는 4조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 등 다른 계열사가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잔여 지분까지 매입 할 경우 추가로 1조 5000억 원 가량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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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을 준비 중인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글로비스가 승계 재원 마련 계획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 가운데 정 부회장 개인 지분율이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이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대표적인 일감 수혜 계열사다. 현대·기아차 물류 일감을 독식하면서 외형이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총액 11조 1000억 원 가운데 7조 6000억 원 가량이 그룹사 일감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대기업 일감 지원 규제가 강화되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실제 규제 논의가 시작된 2013년에 그룹 내부 일감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3년 7조 6198억 원 규모였던 내부일감 매출액은 이듬해 7조 5895억 원으로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일감 규제 회피를 위해 결국 지분 매각 카드를 꺼내든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올해 초 블록딜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502만 2170주(13.49%)를 매각했다. 지분 매각이 성공하면서 정 회장 부자 보유 지분율은 29.99%까지 떨어졌다

현대글로비스

이번 거래로 적통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과 현대글로비스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이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공정위는 지난 2013년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중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 매출 거래 비중이 12%가 넘는 곳이 규제 대상이 된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면서 공정위 규제 칼날을 피하게 됐다.

그룹 시너지 성장 전략을 가로 막던 장애물이 사라지면서 현대글로비스는 다시 한번 공격적인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구상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기아차 자동차 운송 물량 확대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0월 현대차와 기아차부터 각각 7388억 원, 6338억 원을 받고 완성차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운송기간은 2016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다. 이는 현대기아차 수출 물량의 5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전까지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 전체 운송 물량 중 40%만 담당했다. 당장 내년부터 일감이 25% 더 늘게 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계약으로 연간 700억~800억 원 수준의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를 거듭할수록 그룹사 운송 일감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 동안 현대기아차 자동차 운송은 유코카캐리어스가 60% 물량을 책임졌다. 유코카캐리어스는 지난 2002년 스웨덴 발레니우스(Wallenius Logistics AB)와 노르웨이 빌헬름센(Wilhelmsen Ships Holding Malta Limited), 현대기아차 등이 현대상선 자동차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해운사다. 지분은 발레니우스와 빌헬름센이 각각 40%, 현대기아차가 20%를 들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현대차는 2015년까지 유코카캐리어스에 해상 수출 물량 중 최소 60%를 맡기기로 계약을 맺었다. 2016년부로 일감 보증 의무가 풀리자 현대차그룹은 유코카캐리어스 물량 10%를 바로 현대글로비스에 넘겼다. 의무 조항이 사라진 만큼 현대글로비스향 일감 확대가 예견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운송량 증가에 대비해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당장 올해 하반기 자동차 운반선 4척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액만 3347억 원에 달한다. 투자 목적은 완성차 해상 운송 사업의 영업기반 구촉과 3자 영업 확대다.

현대차(중국)와 기아차(멕시코)의 글로벌 생산기지 증설도 호재다. 운송 수요 증가로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글로비스의 시너지 창출은 궁극적으로 정의선 후계 승계와도 맞닿아있다.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정 부회장은 더 많은 승계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정의선 후계 승계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일감 지원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더 적극적으로 그룹과의 시너지 방안을 강구할 수 있게 됐다"며 "현대글로비스가 후계 승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사업 확장 전략들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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