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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소유 비상장 계열사, 기업가치 '살펴보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점검]④오토에버·엔지니어링 지분 보유, 일감규제 탈피로 가치상승 기대

박창현 기자공개 2015-12-11 08:55:00

[편집자주]

정몽구 회장의 장자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적통 후계자다. 후계자는 조용히, 하지만 주도면밀하게 가업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선 시대가 멀지 않았다. 가속도가 붙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분석하고 후계 승계 방향을 중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8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부회장이 대관식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지배구조 핵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만 최소 5조 원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업계는 정 부회장 소유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가치 변동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지배구조 재편 수혜로 그룹 시너지를 통한 성장 기회를 잡으면서 향후 기업 가치 상승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수혜 비상장 계열사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경우 정 부회장 후계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해낼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 지분 2.2%를 비롯해 기아차(1.7%), 현대글로비스(23.3%), 현대위아(1.9%), 이노션(2%) 등 상장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상장 계열사 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토에버 등 비상장 계열사 지분도 10% 넘게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승계 과정에서 이들 비상장 계열사들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장 계열사들은 이미 지분 가치가 어느 정도 정해진데다 보유 지분율 역시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하면 5% 미만 수준이다. 반면 비상장 계열사들은 일감 지원 규제 탈피로 가치 상승 여지가 크고, 다수 지분을 갖고 있어 활용도도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건설/플랜트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특히 전력과 화공 플랜트, 인프라 부문에서 뛰어난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또 다른 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합병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다. 현대엠코의 풍부한 내부 일감이 그것이다.

2002년 설립된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 내부 일감을 도맡으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설립 후 5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후 2조 원 매출 벽을 넘는데도 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기간 내부 매출은 2조 원 수준까지 늘었다. 내부 일감이 고속 성장의 발판이 된 셈이다.

외부 수주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 한 몸이 되면서 내부 실적 안전판까지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 합병 후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부거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합병 직전 해인 2013년 현대엔지니어링은 2조 6161억 원의 매출과 265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내부 거래 매출(1239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7%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합병이 성사된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1조 3894억 원으로 집계됐다. 내부 거래가 늘면서 전체 매출 규모 역시 5조 2834억 원으로 커졌다.

현대엠코

정 부회장은 합병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요 주주다. 원래 현대엠코 최대주주(25.06%)였던 정 부회장은 작년 양 사가 합병되자 자연스럽게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율은 11.7%로 현대건설(38.62%)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지배구조 재편은 현대엔지니어링과 정의선 부회장 모두에게 호재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지원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그룹 시너지 방안을 적극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엠코 당시 정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어서면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합병으로 오너 일가 지분율(16.4%)이 규제 마지노선인 20% 밑으로 떨어지면서 규제 칼날을 피하게 됐다.

실제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부 거래 확대를 통해 건설업 업황 부진 파고를 헤쳐나가고 있다. 올 3분기에 이미 지난해 총 내부 거래액보다 많은 1조 8105억 원의 내부 일감을 받았다.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26.2%에서 올해 42%로 크게 늘어났다. 실적 안전판을 마련한 덕택에 건설업 불황 속에서도 5% 대의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차기 기업공개(IPO) 계열사 타깃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을 지목하고 있다.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고, 정 부회장도 구주 매출을 통해 손쉽게 현금화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교 대상기업군인 대형 건설사들의 주가와 실적이 현재 바닥을 치고 있는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거래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은 장외에서 주당 80만 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해당 주식은 올 초 한 때 매매가격이 130만 원을 넘기도 했다. 현 장외가 기준으로 정 부회장 보유 지분 가치는 7000억 원에 달한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향후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시스템통합(SI)업체로 그룹사 시스템 개발과 공급, 관리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내부 거래 비율이 높고 오너 일가 지분율이 20%(비상장 기준)를 넘긴 탓에 공정위의 일감 규제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7월 정몽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오토에버 지분 9.68%(20만주)를 SC금융 그룹 계열 투자회사에 전량 매도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19.46%(전량 정의선 부회장 소유)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오토에버는 그룹 시스템 보안 때문에 일감 축소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내부 일감 축소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이 지분 매각 카드를 꺼내면서 정부 규제를 피하게 됐다. 일감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현대오토에버는 기존 그룹 시너지를 통한 성장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대오토에버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계획 수혜를 받으며 매년 견조한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최근 6년 간 현대오토에버와 그룹 계열사 간 내부 매출 거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9년 4280억 원 수준이었던 내부 거래액은 2년 만인 2011년 5900억 원까지 올랐다. 2012년 7000억 원을 돌파했고, 2013년에는 전년 보다 1000억 원 늘어난 8122억 억원의 내부 일감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7.3%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최고 거래액(8712억 원) 기록을 경신했다.

공정위 일감 규제를 벗어난 상황에서 더욱 밀접한 그룹 시너지 창출에 나설 경우 기업 가치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공장 시스템 구축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재 중국과 멕시코에서 신규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고 있는 현대오토에버의 실적 수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20만 주를 주당 34만 5000원 씩 총 690억 원에 처분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 지분 40만 2000주를 이 가격에 팔더라도 당장 1386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토에버가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앞으로 그룹 계열사와 더욱 밀접하게 내부 거래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양 사 모두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라는 점에서 성장 속도와 지분 가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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