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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약점 '마케팅' [thebell note]

정호창 기자공개 2016-01-12 09:19:00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1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의 LG, 마케팅의 삼성'

전자업계에서 오랜 시간 전해져 온 LG전자와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를 짧게 압축한 표현이다. 국내 전자업계 선구자인 LG전자 제품은 내구성과 기본 성능에 충실하고, 삼성전자 제품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절묘한 마케팅 포인트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 표현을 LG전자에만 국한시켜 역으로 풀어보면 '좋은 기술력을 가졌지만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LG전자 관계자들 역시 "성능이나 내구성 등은 우리 제품이 더 뛰어난데 경쟁사 제품이 마케팅 효과 덕에 더 잘 팔리고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면 속상할 때가 많다"고 토로할 정도니, 이 같은 평가는 꽤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LG전자의 마케팅 능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더욱 인색해졌다. 시장 일각에서 '마케팅팀이 LG전자의 안티'라는 표현까지 나돌 정도다.

LG전자 스마트폰 마케팅에 이 같은 혹평이 따라 붙는 이유는 브랜드 전략의 일관성이 없고, 제품의 주요 특징이나 마케팅 포인트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LG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보다 스마트폰 시장에 조금 늦게 진출했다. 하지만 고작 그 몇 달의 시간차로 인해 한 때 글로벌 휴대폰 시장 3위 자리까지 올랐던 LG전자는 시장 지위를 상실한 채 비주류업체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LG전자의 이 같은 약세에는 시장 진입에 늦은 점 외에 허술한 브랜드 전략도 단단히 한 몫 했다는 게 전자업계의 중론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진입 후 '옵티머스', '뷰', 'L시리즈', 'F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군을 내놨다. 경쟁사들이 자사 스마트폰에 '아이폰'과 '갤럭시'란 단일 브랜드를 붙여 인지도를 높여가는 방식을 선택한 것과 구별된다.

LG전자는 이후 플래그십 모델을 'G시리즈'로 명명하며 브랜드 관리에 정착하는 듯 했으나 지난해 10월 프리미엄 폰이라며 'V10'을 출시해 네이밍 방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혼란을 다시 부추겼다. 또 최근에는 중저가 모델인 'K7'과 'K10' 출시를 발표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브랜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V10 출시 이후에는 스테인리스 베젤에 20K 금을 도금한 사실 등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소비자와 홍보 전문가들로부터 '부실 마케팅'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처럼 트렌드 변화와 교체 주기가 빠르고 가격마저 고가인 제품 시장에서 제조·판매기업이 높은 시장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될 브랜드 파워를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쉽게 떠올리고 인정할 만한 이미지와 인지도를 해당 제품과 브랜드가 갖고 있어야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일관된 브랜드 정책이 유지돼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현재 LG전자의 브랜드 정책과 마케팅 전략은 이런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길을 걸어 소비자들과 시장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저절로 팔리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요즘처럼 제품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때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LG전자가 좀 더 유연하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에 눈을 떠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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