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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틀에 갇힌 조광페인트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6-06-01 08:26:42

이 기사는 2016년 05월 31일 10:1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광페인트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947년 설립돼 1976년 국내 증시에 상장된다. 이후 부산 향토기업으로서 흔들림 없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나간다.

조광페인트는 지난해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오너 2세였던 양성민 회장이 별세하면서 셋째 딸인 양성아 전무가 가업을 물려받았다. 양 전무는 기존 보유분 5.62%에 더해 아버지 지분 12.22%까지 전량 상속 받으면서 최대 주주에 올랐다.

양 회장은 세 명의 자녀 중 막내 딸에게 조광페인트 경영권을 물려준 셈이다.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업 상속 공제 제도를 활용하면서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수완을 발휘했다.

우리나라는 중소·중견기업의 가업 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조건이 까다롭다. △상속 기업의 매출액 3000억 미만 △피상속인, 10년 이상 경영 참여 △상속인 1인, 주식 전량 상속 등의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조광페인트는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가장 까다로운 1인 상속 요건 역시 양 전무가 지분을 모두 물려받으면서 해결됐다. 그 결과 상속자인 양 전무는 상속세 공제 대상자가 되면서 수 백억 대 세금을 절감하게 됐다.

적법 절차에 따라 가업 승계와 절세,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조광페인트와 오너 일가는 해당 사실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가업상속 제도가 부자 감세라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업 승계 공제 제도는 오너 개인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국내 기업의 가업 승계 토대 마련과 주주 권익 보호 목적이 크다. 오너 3세는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기 위해 회사 자산을 팔 필요가 없다. 무리한 배당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온전히 회사의 영속한 발전을 꾀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소액 주주들은 오너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이것이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다.

하지만 조광페인트 스스로 부자 감세 틀에 갇히면서 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죄인이 아니다. 주홍글씨를 새길 이유가 없다. 더욱이 가업 상속 제도는 사후 관리가 더 엄격하다. 자산 처분이 제한되고 고용 인원도 일정 수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공짜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다. 책임과 의무가 무겁다. 부자 감세의 오해를 풀고 법 도입의 순기능을 증명하는 것도 이제는 조광페인트의 몫이다. 자격을 갖췄다면 당당하게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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