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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전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얻은 것 [흔들리는 롯데]민유성 "우리는 잔치집 분위기...지주회 이탈 가속"...격앙된 한국 롯데

길진홍 기자공개 2016-06-28 08:26:02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7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변은 없었다. 지난 25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안한 신동빈 회장 등 주요 이사진 해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한국 롯데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 악재에도 불구하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의 표심에는 변화가 없었다.

신동주 동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좌),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우)>

이로써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과 올 3월에 이어 3번 모두 패배를 안게 됐다. 지난해 여름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가락 해임' 사태를 시작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 이후 판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패자인 신 전 부회장 측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잇단 주총 패배에도 불구하고, 종업원지주회 표심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 전부회장을 돕고 있는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은 "지금 우리는 잔칫집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신 회장이 이끄는 한국 롯데는 검찰 수사 등이 겹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듯 한 양상이다. 주총 당일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비춰진 신 회장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 잃을 게 없는 공성과 많은 것을 지켜야 하는 수성 측간 잠시나마 희비가 갈렸다.

신 전 부회장을 대리하고 있는 SDJ코퍼레이션 측은 27일 오전 모임을 갖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민 회장과 정혜원 SDJ 코퍼레이션 상무를 비롯해 홍보대행사와 법무법인 등이 회의에 참석했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향후 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롯데홀딩스 임시주총 소집 여부는 신 전부회장이 한국에 들어오는 대로 논의키로 했다.

민 회장은 이번 주총의 성과로 종업원지주회의 변화를 꼽았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 소속 임직원 다수가 신 전 부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에 동조의 뜻을 전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임직원들이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게 됐으며, 본인들에게 배정된 의결권이 의지와 무관하게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을 몰아내는 데 이용된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번 주총 때마다 이탈하는 종업원지주회가 늘고 있으며, 금명간 판세를 뒤집을 만한 유의미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회장은 다만 반기를 든 종업원지주회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종업원지주회 임직원수는 모두 130명으로 31.1%의 의결권을 갖는다. 이사장을 거쳐 의결권이 모두 대리인게에 위임되는 구조다. 직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의결권이 행사되는 상황에서 민 회장이 주장하는 표심을 확인할 길이 없다. 종업원지주회 마음을 모두 돌린다고 하더라도, 의결권 위임과 대리 행사 구조를 끊지 못할 경우 무용지물이다.

민 회장은 그 틈새로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의 주총 불참을 지적했다. 이사장이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주총에 참석할 만큼 취약한 신뢰관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상법을 근거로 주주제안을 통해 신 회장 등 경영진을 몰아내기 위한 주주총회를 계속 소집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의 융단 폭격식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 롯데는 이례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주총 직후 "SDJ측이 동일 안건을 무한 상정하겠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는 같은 주장을 지속해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이 신 전부회장의 주주제안에 대해 ‘업무방해' 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이는 향후 또다시 주총을 소집할 경우 안건 거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주총 소집 자체를 놓고 법정공방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신 회장의 일본 체류 기간 연장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업원지주회 소속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향후 신 전 부회장 측의 ‘무한주총' 소집에 대한 법률 검토 등이 진행 중인 것을 알려졌다.

한편 27일 오후 4시 건강문제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5차 심리가 열린다. 그 동안 중단된 신 총괄회장의 정신검증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며 후견인 지정에 관한 최종 판단은 다음달 내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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