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05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 업계가 최근 소규모 펀드 정리로 분주하다. 마지막까지 펀드를 잘 운용해 청산 당시 수익률을 플러스로 만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손실 확정을 피하기 위해 모자형 펀드로 전환하는 곳도 있다. 운용사가 판단하기에 버리기 아까운 펀드의 경우에는 운용규모를 늘리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인공호흡을 하기도 한다.운용사가 발등의 불이 떨어진 듯이 바쁜 이유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소규모 펀드 해소 방안'에 따라 설정액 50억 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올 연말까지 소규모 펀드의 비율이 공모펀드 대비 5% 이내가 되어야 한다. 공모 추가형 펀드가 10개 이하인 소형 운용사와 소규모펀드 수 5개 이하 운용사를 제외하고 이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곳은 신규 펀드 출시에 제한을 받게 된다.
소규모 펀드의 역사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부터 2007년 국내 증시가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자산운용사들이 회사만 다르고 내용은 똑같은, 일명 '붕어빵 펀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펀드 광풍'이 불었다. 2009년 1분기에는 열기가 극에 달해 펀드 수만 9512개로 전 세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소비자의 신뢰를 높인다는 이유로 소규모 펀드를 청산할 것을 권고했다. 청산 판단은 운용사의 몫으로 돌렸다. 결과는 실패였다. 그 뒤로도 금융당국은 소규모 펀드 정리에 열을 올렸지만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가 투자자의 반발과 고객신뢰 하락 등을 이유로 펀드 청산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당국이 펀드 청산 비율과 제재 수위를 정하고, 판매사별 소규모 펀드 청산 내역까지 공개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50%에 육박하던 소규모 펀드 비중은 올해 3월 말 기준 22.8%까지 떨어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실 안 될 펀드는 직접 운용하다 보면 알게 된다"며 "이번 소규모 펀드 청산을 통해 명분을 얻었다"고도 이야기한다. 사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 정리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바람직하다.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 숫자가 줄어 집중력이 높아지고 본인의 철학을 담은 포트폴리오 구현도 수월해졌다.
물론 "소규모 펀드 정리에 대해서는 동감했지만 이렇게 당국이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라고 토로하는 운용사 관계자도 있고 "유니크한 펀드까지 없애야 해서 아쉽기만 하다"는 관계자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설정된 지 상당 시일이 지났지만 인기가 없는 건 그만큼 경쟁력이 없었다는 뜻 아닐까. 특색없는 상품을 찍어낸 책임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운용사가 현재 고민해야 할 일은 정책을 탓할 게 아니라 소비자가 가장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이 뭔지를 고민해야 한다. 당장은 소규모 펀드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후에는 특색없는 상품 대신 본인 운용사의 철학이 담긴, 그래서 장기간 끌고 가고 싶은 펀드를 개발하는 데 힘쓸 필요가 있다 .
소규모 펀드 청산을 자율에 맞기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지금 털고 가지 않으면 향후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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