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한국SPC 활용 역발상, 기업·당국 모두에 만족" [해외기업 IPO 부활]②이행규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

배지원 기자/ 이길용 기자공개 2016-07-07 13:36:00

[편집자주]

고섬 사태 이후 씨가 말라버렸던 해외기업 IPO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중국부터 미국, 유럽, 베트남, 말레이시아까지 국적을 불문한 해외기업들이 한국 증시 진출을 꿈꾼다. 정체된 한국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거래소와 국내 IB, 법률자문단도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기업유치에 나섰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16년 07월 06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는 새로운 유형의 상장 구조가 눈에 띄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이 한국특수목적회사(이하 '한국 SPC') 형태로 상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LS전선아시아와 화승엔터프라이즈, 두산밥캣 모두 이런 구조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은 LS전선아시아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법률자문사를 맡았다. 지평이 이들의 법률자문을 수임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지평은 과거 국내에 설립된 SPC가 한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거래소 상장규정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행규 변호사3
◇한국 SPC 상장제, 지평의 숨겨진 노력

이행규 지평 파트너 변호사(사진)는 "고섬 사태가 진행 중이던 2011년 코스닥에 상장된 고객사가 중국에 있는 자회사를 2차 상장하고 싶다며 찾아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해당 기업은 과세 문제를 두고 고심했다. 처음 자회사를 만들 때 약 100억 원의 가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000억 원의 시가총액을 나타낼 정도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과세문제가 생겼다.

이 변호사는 "케이만 군도에 SPC를 만들어서 현물출자하면 기업의 증가된 가치인 900억 원에 대해서 4년 후 3년 분할해 몽땅 과세가 되는 상황이었다"며 "지분을 전부 팔지 않아도 세율 20%가 넘는 세금을 180억 원 정도를 내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SPC를 통해 우회상장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한국에 SPC를 설립할 경우 적격물적분할로 인정돼 SPC 지분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SPC가 한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 변호사는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 규정상 외국기업이 이런 구조로 증시에 들어오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며 "한국 SPC도 상장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았다. 고섬 사태를 겪은 규제당국의 시각은 보수적이었고 시장을 더 열어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은 금융위원회의 승인 사항이다.

이 변호사는 이 점으로 역발상을 꾀했다. "고섬 사태 당시 회계 부정에 대해 싱가폴 E&Y와 함께 조사를 했지만 회계법인에 아무런 책임을 지울 수도, 금융감독원이 조치를 취할 수도 없었다"며 "미국에서조차 중국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를 하지 못해 고민인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SPC를 상장시킬 경우 원칙적으로 한국기업이기 때문에 지정감사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회계법인을 지정감사인으로 정할 수 있어 외국회사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지정감사인을 제재할 수 있는 요건이 생겼다"며 "당시 금융당국의 니즈도 충족시키는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이 규정은 코스닥시장과 함께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논의되면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지평이 맡은 코스닥 기업은 당시 중국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실적이 꺾여 외형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거래소와 금융위를 모두 설득해 요건을 갖췄지만 결국 지평이 자문한 회사의 2차 상장은 물거품이 됐다.

이후 거래소와 지평은 한국 SPC를 활용해 자회사를 상장하는 방식을 홍보했다. 해외 자회사를 보유한 한국 기업의 CFO와 IB업계 관계자 등을 초대해 조찬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후 몇 년간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들어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LS전선이 그룹 전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해지면서 베트남의 우량한 자회사 지분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이 변호사는 "주관사와 회사측에 한국 SPC구조로 IPO를 진행해보자고 제안했다"며 "현지 IPO과 한국 SPC 설립을 통한 한국 증시 IPO를 비교하며 논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결국 LS전선은 구조 설계 과정에서 조세 부담이 없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 증시를 선택했다. 화승도 같은 구조로 지난해 12월 적격 현물출자를 통해 IPO에 접근했다. LS전선과 화승이 법률자문사로 지평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두산밥캣도 지난 2013년 흩어진 자회사의 지분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한국에 SPC를 만든 바 있다. 한국 SPC상장제도의 수혜자인 셈이다.

◇"법인세법 시행령 부작용 반드시 개정돼야"…구조조정 돕는 묘수

하지만 올해부터 법인세법이 개정되면서 해외법인이 한국 SPC에 현물출자를 할 때 적격으로 인정될 수 있는 요건이 까다로워 사실상과세이연 혜택을 부과하지 않게 됐다. 이 변호사는 "현 규정에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회사의 지분을 전부 SPC에 끌어모아야 과세이연이 된다"며 "자회사의 실적 추이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도, 원하는 상장하는 구조가 나올 수도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현재 거래소와 기획재정부는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을 두고 긍정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될 법인세법 개정안 중 하나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개정이 이뤄지면 내년 1~2월 중 개정안이 발효될 것으로 추측된다.

이행규 변호사는 "한국 SPC 상장은 단순히 해외 자회사 유턴상장이 아니라 구조조정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써 기능한다는 점에서 법인세 법령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S그룹과 두산그룹처럼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이 알짜배기 해외자회사의 지분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최근 상장 규정 등이 완화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공시대리의무 규정이 완화됐다. 해외기업은 주관사가 2년간 공시대리 등의 의무를 부담하는데, 해당 외국기업이 국내 사무소를 설치하고 한국어 능통 공시담당자가 상근하는 경우 주관사를 공시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인정하였다. 유가증권시장은 예외가 이미 마련되어 있던 상태였다.

또한 코스닥시장의 적격국가 규정이 없어진 것도 이러한 추세를 분명히 보여준다. 거래소는 지난달 13일부터 외국기업 2차 상장 범위를 미국 등 9개 적격해외증권시장에서 모든 해외증권시장 상장법인으로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인수·합병(M&A) 중개망 등록법인의 우회상장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기술성장기업의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이 변호사는 "고섬사태로부터 시장이 극복해나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이 정체된 국내 자본시장이 해외에서 고성장하는 기업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많은 우량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고 있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주요 약력

·제38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28기 수료
·미국뉴욕주 변호사(2007년)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국민연금공단 고문변호사 역임
·현 금융감독원 고문변호사
·현 법무부 해외진출 중소기업법률자문단자문위원
·현 한국거래소 아시아 우량기업(베트남) 상장유치 전문위원
·현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