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30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은 왜 사람을 보지 않을까요."지난 여름 스타트업(start-up) A 대표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꺼내놓은 얘기다. 아쉬움이 클 만했다. 반년 가까이 투자를 받으려고 벤처캐피탈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초면에 위로를 건네면서도 그의 하소연에 온전히 동감하지 못했다. 사실 한국에서 투자 유치에 실패한 스타트업이 어디 한두개일까.
"사업 모델이 비슷해도 누가 경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회사라는 것을 알지 못해요" 울분에 찬 속내를 모두 들어줬지만 마음 속 깊숙히 그를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 것은 지난주였다. 잘 나가는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와 홍콩 벤처캐피탈 출신. 글로벌 호화 스펙을 쌓은 스타트업 B 대표와 만난 자리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내심 궁금했던 점은 국내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평가였다. 해외 벤처캐피탈에서 일했던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의 답변을 요약하면 결국 A 대표의 하소연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해외에서는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가 오너에게 달려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심사역은 미래 시장의 '키맨'이 될 다양한 인물을 만나는 데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무엇보다 경영진 파악에 무게를 두고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따져본다는 것이다.
투자심사역의 네트워크가 중시되는 것은 한국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성격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듯하다. 한국에서 네트워크란 다른 회사의 투자심사역을 폭넓게 알고 있는지를 뜻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벤처투자가 주로 클럽딜(club deal)로 이뤄진다. 친한 심사역이 별로 없다면 그만큼 딜에 참여할 기회도 적다는 얘기다.
B 대표는 "사람이 아니라 숫자(실적)만 헤아린다면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아니라 그냥 뱅커(banker)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이 스타트업은 조만간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기로 확정돼있다. 그래서 B 대표의 얘기가 더 진솔하게 여겨졌다.
맨손으로 벤처캐피탈을 찾아오는 스타트업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보고 투자하라는 것은 현실 감각이 떨어진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은행원이 아닌 투자심사역이라고 불릴 수 있는 자격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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