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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유통·냉동창고업체 공모에 당한 금융업계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연금리 6~8% 고수익에 담보물 확인 소홀..포스코대우·CJ프레시안도 피해

안경주 기자공개 2017-01-05 09:04:54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4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생명보험은 지난해 말 돌연 육류담보대출(미트론)로 인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쇠고기·돼지고기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육류담보대출로 인해 최대 3800억 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동양생명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캐피탈 등 제2금융권 10여 곳 이상이 엮인 6000억 원대 사기대출이라는 점에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이 2014년 터진 모뉴엘 사기대출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 외에도 육류담보대출로 손실이 예상되는 금융회사는 10여 곳 이상이다. 화인파트너스, HK저축은행, 효성캐피탈, 한화저축은행, 신한캐피탈 등이다. 예상되는 피해금액은 최대 6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현장조사가 마무리되어야 정확한 수치가 나오겠지만 현재 17~18개 기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회사 외에도 포스코대우, CJ프레시안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사기대출 피해를 본 금융회사들은 육류유통 중개회사와 냉동창고업자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육류담보대출의 구조상 두 곳이 공모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육류담보대출 흐름도
흔히 '축산물담보대출'이라고 불리는 육류담보대출은 쇠고기 등 냉동 보관 중인 수입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육류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냉동창고업자에게 맡기면 냉동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육류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구조다.

다만 일반적인 담보대출과 달리 육류담보대출은 동산담보대출 중에서도 '양도담보대출'에 포함돼 등기를 통한 저당권 설정을 하지 않는다. 이는 담보물이 얼마나 저당 잡혀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부동산담보대출과 달리 냉동창고 안에 보관된 담보물을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아 위험성이 높다.

앞선 관계자는 "냉동창고업자들이 담보확인증을 중복해서 발행하고 육류유통 중개회사들이 여러 금융회사를 돌아다니면서 대출을 받았다"며 "조직적으로 사기대출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동양생명 등 금융회사들이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한 것은 회전율이 높은 신선식품의 특성 때문에 만기가 3개월 이내로 짧지만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 6~8%에 달하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만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평균 자산운용 수익률이 5%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실제로 동양생명은 2007년부터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했지만 저금리 기조가 본격화된 2013년부터 대출 취급규모를 확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점은 피해 기업 명단에 포스코대우, CJ프레시안 등 비금융회사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로 인해 피해를 본 금융권과 달리 포스코대우 등은 수입 신용장(L/C)으로 인한 피해"라며 "수입업자 또는 육류유통 중개회사들이 쇠고기 등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L/C를 발급받을 여력이 안돼 포스코대우나 CJ프레시안 등이 대신 발급받아 주고 이들로부터 돈을 받았는데 물린 것"이라고 말했다.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에 여러 육류유통 중개회사와 냉동창고업자들이 연루된 것도 육류 수입업의 특성 때문이다. 육류유통 중개회사들의 경우 자본금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지분관계로 엮여 있지도 않고 법인도 다르다. 하지만 미국 등 수출업자로부터 물건을 한꺼번에 수입한 후 나눠서 유통을 시킨다는 점에서 하나의 상단처럼 움직인다. 이 때문에 이번 사기대출에 여러 육류유통 중개회사 등이 엮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을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할까, 아니면 인재로 봐야 할까. 육류담보대출의 구조상 허술한 점이 있지만 과거 모뉴엘 사태처럼 담보물 확인 등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재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원칙적으로 담보확인증을 토대로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는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담보물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담보물 확인의 어려움을 이유로 냉동창고업자의 담보확인증만 믿고 허술하게 대출을 실행했다. 지난 2014년 모뉴엘 사기대출 당시 시중은행들이 무역보험공사의 보험만 믿고 대출을 실행했던 것과 비슷하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육류담보대출의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위험관리를 소홀히 한 인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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